[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헨델과 오라토리오 메시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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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40면   |  수정 2020-09-08
크리스마스 교회·성당에서 들려오는 ‘메시아’ … 올 한해 차분한 마무리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헨델과 오라토리오 메시아
작곡가·대구음악협회 부회장
[권은실의 쏙쏙 클래식] 헨델과 오라토리오 메시아
헨델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고 서양음악사에서는 말한다. 그만큼 두 거장은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바로크시대는 그들로 인해 절정을 이루었으며, 그들이 죽고 난 뒤 한 시대가 끝났고, 그 다음 시대인 고전주의시대가 열리게 된다. 한 시대를 이끌어 갔을 뿐만 아니라 전체 서양음악사의 음악체계를 두 작곡가가 확립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와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1685~1759)은 독일에서 같은 해에 한 달 간격으로 태어났으며, 특히 많은 교회음악을 작곡하여 그들의 음악은 교회음악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두 작곡가는 공교롭게도 사망의 원인도 같다. 같은 의사, 영국의 안과의사 존 테일러의 실수로 인해 실명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죽음에 이르게 된다. 두 사람은 살아생전에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서로 만나기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비슷한 점이 많은 작곡가이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그들의 인생은 너무나도 대조된다. 가정적인 바흐에 비해 헨델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따뜻한 성품인 바흐에 비해 헨델은 매우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고국인 독일을 떠나 영국으로 망명하여 많은 이들의 시기, 질투, 경계와 텃세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새로운 음악의 시장을 개척한 헨델의 생애와 그의 오라토리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게오르그 프리드릭 헨델은 바흐보다 한달 빠른 1685년 2월23일 독일 작센 지방의 할레(Halle)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집안인 바흐와는 달리 헨델의 집안에는 그 이전에는 음악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는 공작의 이발사 겸 의사였고, 어머니는 목사의 딸로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헨델은 어린시절부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싫어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한밤중 다락방에 숨겨놓은 클라비코드를 쳤던 일화는 유명하다. 헨델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1년간 할레의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이 기간 중에도 헨델은 칼뱅파 개신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하면서 음악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703년, 그의 나이 18세에 오페라작곡가의 꿈을 안고 당시 오페라 중심지였던 함부르크로 떠난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함부르크 오페라극장 감독 카이저와 작곡가 마테존이다. 그들은 헨델에게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이다. 그 곳에서 4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는데, 이 중 알미라(Almira)만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1706년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가서 제대로 오페라를 공부하며 많은 오페라를 작곡하고 성공을 거둔다. 헨델은 이탈리아에서 많은 유명 작곡가와 음악가들과 친분을 쌓게 되고 그들의 주선으로 1710년 영국으로 가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삶을 펼친다.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그리고 오페라극장 감독 겸 경영자로 나중에는 왕립음악원을 설립해 연주자를 양성하고 오페라단을 운영하며 유럽각지에서 공연을 기획하여 성공을 거둔다. 그의 성공 뒤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영국에서의 그의 삶은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이었고, 박해와 질투로 인해 살해를 당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으며 극장의 파산도 두 번이나 당했다. 이런 면에서 헨델이 얼마나 의지가 강한 사람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는 일생 동안 46곡의 오페라를 작곡했으며, 20여곡의 오라토리오도 작곡했다. 50세 때 오페라에 너무 많은 것을 쏟은 그는 오페라 작곡을 그만두게 되고, 종교음악 작곡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곡은 대표작인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 HWV56)’이다. 영국의 시인 찰스 제넨스가 성서와 기도문을 인용하여 영어로 쓴 대본을 바탕으로 헨델이 56세 때인 1741년 8월22일부터 9월14일까지 24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3부로 구성되며, 테너의 독창 ‘그대들 나의 백성을 위하라’로 시작하여 독창 아리아와 합창곡 등 5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은 2부의 마지막 곡인 ‘할렐루야 코러스’이다.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대한 묘사보다는 전 인류의 구세주로서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깊은 신앙심이 잘 표현된 곡이다. 전체 연주시간은 약 2시간30분이다.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교회나 성당, 그리고 공연장에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연주를 자주 볼 수가 있다. 특이한 점은 2부의 마지막 곡 ‘할렐루야 코러스’ 연주가 시작되면 청중들이 모두 일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1743년 3월23일 영국 런던의 왕립극장에서 공연할 때 국왕 조지 2세가 2부의 마지막 곡 ‘할렐루야 코러스’가 합창되자 감동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로부터 유래해 오늘날의 연주회에서도 이 곡이 합창되면 청중이 기립하여 감상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이맘때쯤 곳곳에서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볼 수가 있다. 벌써 2019년 12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연말행사로 분주한 지금,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작곡가·대구음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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