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와일드라이프

  • 윤용섭
  • |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42면   |  수정 2019-12-27
집 떠난 아버지와 남겨진 모자…서서히 무너지는 가족의 상황
20191227

1960년 미국 몬태나, 이사가 잦은 조(에드 옥슨볼드)의 가족이 이곳에 정착한다. 낯선 학교에 적응해야 하는 14세 조는 물론이고, 동네 골프장에서 일하게 된 아빠 제리(제이크 질렌할), 전직 파트타임 교사였던 엄마 자넷(캐리 멀리건)의 삶이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을 너무 살갑게 대했다는 이유”로 제리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이후 오해가 풀려 그의 복직이 결정됐지만, 자존심이 상한 제리는 산불 진화작업 일을 하겠다며 무작정 떠난다. 졸지에 제리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할 자넷은 수영강사로 다시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되고, 조 역시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정치·경제·사회 혼란의 시기 1960년대 미국
사랑의 한계 시험받는 평범한 한 가족에 초점



리처드 포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와일드라이프’는 타 지역으로 이사한 한 가족이 서서히 무너지는 모습을 아들의 시선으로 담는다. “우리는 강대국이지만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며 국민들을 독려하는 멘트가 수시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1960년대 미국사회가 배경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혼란과 동요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영화는 산맥을 따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듯 사랑의 한계를 시험받는 평범한 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단단해 보였던 가족공동체가 외부 환경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와해될 수 있는지, 인물들의 디테일한 감정변화를 관찰한다.

직장에서 해고된 제리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상실의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결정은 다소 무책임해 보인다. 그가 자진해서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기에 현실을 직시하기보단 감정에 이끌린 측면이 크다. 자넷은 남편의 해고 직후 조에게 “전에도 실직한 적이 있지만 (그가) 잘 해결했다”며 나름 믿음을 보였지만 이번엔 화가 단단히 났다. 그렇게 남편이 떠나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하게 된 자넷의 심경은 복잡하다.

“뺨을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말한 캐리 멀리건의 말처럼 자넷은 비로소 어릴 적 꿈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가족 모두에게 참담하고 가슴 아플 수 있는 그런 상황과 감정을 아주 담담하게, 그리고 진실되고 정교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의 여백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 이 영화는 ‘옥자’(2017)에도 출연했던 개성 넘치는 배우 폴 다노의 감독 데뷔작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