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식객단이 추천하는 이집 어때!] 베트남 쌀국수·분짜 전문점 '쌀맛난다'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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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31   |  발행일 2019-12-31 제13면   |  수정 2019-12-31
사골 우려낸 담백한 쌀국수…입안 얼얼한 불비면 '어른의 맛'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과 같은 정성이 담겨있어서 일까. 동네식당은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진다. 특유의 손맛과 넉넉한 인심은 덤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따뜻한 한끼를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대형 음식점과 프랜차이즈의 득세에도 여전히 골목식당은 우리 곁에서 함께한다. 영남일보와 대구시 관광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집 어때' 마지막 8편에서는 가성비가 우수한 동네식당 2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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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맛난다'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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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덕한 인심이 느껴지는 분짜. 앞접시에 면과 채소, 고기를 얹은 뒤 느억맘 소스를 뿌려 먹으면 끝까지 깔끔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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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고 담백한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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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게 매운 불비면

달서구 이곡동의 한적한 골목, 주변 분위기와 동떨어진 식당 한 곳이 눈길을 끈다. 전형적인 골목식당이다. 큼지막한 갈색 간판과 어닝(차광막)이 인상적이다. 입구는 인조 잔디를 깔아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내부로 들어서면 각기 다른 색의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출입문 왼편에는 노란색 무인계산기가 자리한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나 보던 기기다. 조리실 출입구 옆에는 퇴식대도 마련돼 있다. 고객이 직접 수저 등을 챙기고 다 먹은 접시를 치우는 셀프시스템 식당이다.

메뉴는 간결하다. 베트남 쌀국수와 분짜, 불비면, 돈가스가 전부다. 불비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운맛이 특징이다. 현재 위치로 이전하기 전 2011년 달서구 월배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첫 선을 보인 뒤 꽤나 명성을 날렸다. 불비면과 불돈가스는 당시 각종 방송에 연이어 소개되면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단계별로 매운맛을 정할 수 있어 유니크함을 더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봉착했다. 주 메뉴가 대중성과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벤트성 메뉴로는 성공을 거뒀으나, 매출 신장과 연결되진 않았다.

결국 2016년 이곳으로 옮기면서 베트날 쌀국수 전문점으로 변신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 시스템도 도입했다. 대신 가격을 낮추고 음식 양을 늘렸다. 가성비를 무기로 삼은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달서구도 '착한업소'로 인정했다.

그릇에 담겨나온 쌀국수는 보기에도 푸짐하다. 육수는 직접 사골로 매일 우려내 진한 맛이 살아있다. 해선장(호이신)소스나 칠리소스를 곁들이지 않고도 심심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쌀국수면은 3㎜로 두껍다. 얇은 1㎜면과 분명 다른 식감과 맛을 선사한다.

분짜(bun cha) 역시 양이 많다. 후덕한 인심이 느껴진다. 독특하게도 분짜의 쌀국수면도 두껍다. 또 보통 면을 느억맘(Nuoc Mam)소스에 담가먹는 방식과 달리, 앞접시에 면과 채소 고기를 얹은 뒤 소스를 뿌려먹도록 안내한다. 끝까지 깔끔하게 분짜를 즐길 수 있어 이 방식도 나쁘지 않다. 불비면과 불돈가스는 매운맛을 좋아하는 고객을 위해 여전히 남겨뒀다. 불비면은 명성 그대로다. 쨍하게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든다. 3단계는 청양고추 매운맛의 6배라고 한다. 매운맛의 비법은 청양고추와 베트남 고추, 캡사이신의 적절한 조화다.

돈가스 역시 평범함을 거부한다. 오스트리아식 돈가스인 슈니첼(Schnitzel) 스타일이다. 고기를 얇게 다져 먹기가 편하다. 두툼한 고기의 식감을 좋아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1년여간 베트남 음식을 연구하며 업종을 전환한 김상훈 대표는 또 한번 도전에 나선다. 청년들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중구 서성네거리 인근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며 늘 되새기는 문구가 있다. '하나의 상품이 최고의 상품으로 재탄생했을 때 비로소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긴다.'

착한 가격으로 베트남 쌀국수와 분짜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기억하자. 달서구 선원로 23리길 3. 일요일 휴무.

글=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이혁중 식객의 한줄평

'무작정 매운맛이 필요할 땐 불비면'. 단계별 매운맛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베트남 음식도 착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진짜 착한 식당.
◆평점(5점 만점) : 맛 ★★★★ 분위기 ★★★ 친절도 ★★★★ 가성비 ★★★★★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식객단’은 지역 음식 홍보와 맛집 정보 전달은 물론, 음식문화개선을 위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공동기획지원 : 대구광역시 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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