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수의 인테리어 다반사]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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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3   |  발행일 2020-01-03 제40면   |  수정 2020-01-03
"아는사람 소개로 왔는데…시공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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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인테리어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업체와 고객과의 충분한 대화·협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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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무섭다"

회사생활을 관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영업다운 영업을 해 본 적이 없어 사무실 역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설계 작업 공간으로만 구성하여 운영을 해왔다. 지인들의 소개로 일을 시작했고, 지인의 소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연결돼 왔다. 일을 소개 받은 경우, 소개해 준 지인이 욕을 얻어먹지 않게 일 처리를 해왔고, 그 결과가 일의 연속으로 이어져 왔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막노동 세상에서 흔히 하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됐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무섭다."

지인의 소개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이 적은 돈으로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바라거나, 적절한 비용 대비 고품질의 결과물을 바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소개하는 지인은 한껏 치켜세워 소개를 하기 마련이고, 소개받은 고객 역시 잔뜩 기대를 하고 일을 맡기게 된다. 요즘은 고객이 기본적으로 주변에서 듣거나, 주변의 인테리어 업체에 미리 견적을 받아놓은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예산을 미리 정해놓고 있거나, 타 견적보다 저렴하게 공사를 하길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기대 한다는 것이다. 서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서로의 기대에 어긋나게 되고, 결국에는 서로 좋지 않은 인연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도 7년을 이어온 고마운 인연이 있다.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는데, 지인이 H산업의 모델하우스 총 책임자로 근무한 이력 등을 내세워 잔뜩 치켜세워 놓은 상황이었다. 부부가 일을 하는 상황이라 공사현장을 일일이 둘러볼 수도 없었기에, 매사 3D작업을 해 보여주고 승인을 받으며 공사를 진행했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부인과의 수많은 카톡 대화를 통한 협의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줬다. 자재는 고급지고, 디자인은 심플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집을 원했고, 결과물은 대만족이었다.

지인 소개로 꼬리 물고 연결되는 공사
적절한 비용에 고품질 인테리어 기대
충분한 협의후 시공해야 만족감도 커

어렴풋한 지식 동원해가며 과한 요구
시간 지난후 결로 등 문제 발생 많아
구조계산 의한 시공…최상의 결과물


그 고객의 직업 특성상 수많은 여성고객을 상대로 하다 보니 소개로 이어졌고, 결과물 또한 나름 만족하도록 해 드렸으니, 소개하신 고객은 소개한 덕에 감사 인사를 듣고, 필자는 일이 연속되는 결과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고객의 가게나 집, 남편의 사무실에 조그만 문제가 생겨도 내 일처럼 관리를 해줬고, 두 분은 필자를 믿고 대부분의 일을 맡기는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소한 일까지 관리를 해주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런 인연은 놓칠 수 없다. 내 집이라 생각하고 공사를 하면 대부분 고객만족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아는 사람이 무섭다는 것은 서로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과유불급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인테리어에 웬 선무당 소리냐 싶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확인 없이 공사를 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모든 공종이 그렇지만 적절한 시공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건물을 지을 때 철근을 많이 넣는다고 건물이 튼튼한 것이 아니다. 구조계산에 의한 적당한 규격의 철근을 시공하는 것이 최상이다. 인테리어 공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공사 상담을 간 적이 있다. 고객의 말 속에서 건축용어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건축업에 종사를 한다고 했다. 미장업을 하는데 미장견적은 빼고 견적을 내라고 했다. '아~ 이번 공사는 제법 까다롭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매일 감리를 받으며 공사를 진행했다. 배운 것이 FM시공이니 특별히 지적당하는 것 없이 순조로웠는데, 방을 확장한 후 단열공사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방을 확장하면 베란다가 없어지면서 실내공간이 외기에 접하게 되므로 단열공사는 필수적이고, 또 중요하다. 자칫 잘못 시공하면 결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은박지로 된 열반사 단열재를 밀실시공하고 빈 공간을 우레탄 폼으로 충진해 시공을 한다. 그런데 고객이 그렇게 하면 안된다면서 그 위에 100㎜ 고밀도 스티로폼을 직접 추가시공을 하겠단다. 단열에는 엄청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오히려 결로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부실시공 운운하면서 고집스레 시공을 직접했다.

그해 겨울 고객의 부인으로부터 한 번 방문해 달라는 전화가 와서 찾아가보니 확장방 새시에 물이 흥건하고 줄줄 흘러내렸다. 방은 엄청 따뜻한데 이렇게 물이 생기니 하자라고 손 봐달라고 했다. 결로는 외부의 온도와 실내의 온도 차이로 생기는 현상이다. 우선 내부 온도설정을 보니 28℃로 되어있어 24~26℃로 조정을 권하고, 새시를 조금 열어두고 하루를 지켜보자고 했다. 다음 날 찾아가니 새시가 멀쩡했다. 부실시공이라며 기세등등하던 고객은 안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외부온도가 영하 5℃일 때 실내온도가 20℃면 온도 차이가 25℃가 되니 실내의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유리와 만나 물방울이 맺히게 된다. 하루종일 해를 보는 남측 방을 확장하면서 단열을 너무 과밀하게 시공하였으니 실내공기가 더 따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자주 환기시키고 새시를 조금 열어두라는 조언을 하고 그 집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새시에만 결로가 있지 않고 벽 안쪽에도 결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벽체를 뜯어내지 않고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 확장 부분의 마루판 색상이 변하기 시작한다면…. 과한 것은 탈 난다.
본 건축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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