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 엇갈린 셈법

  • 임호,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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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2 07:33  |  수정 2020-01-02 07:50  |  발행일 2020-01-02 제3면
대구는 천천히…경북은 빨리…'통합 퍼즐'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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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행정통합이 지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말 대구경북행정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행정통합에 원칙적 찬성을 표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 대구와 경북이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대구
"기존 상생협력사업 성과 낸 뒤 통합해도 늦지 않아"

대구경북행정통합이라는 강력한 '그랜드 디자인'에 대구지역 여론은 뒤숭숭하다. 큰 틀에서는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방법론 측면에서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자는 여론이 대세다. 실제 권영진 대구시장도 "대구경북이 하나로 가면 지역 위상도 높아지고 미래발전을 통해 시·도민 삶도 개선된다"면서도 "우선 행정통합으로 가기보다는 생활권·경제권 통합 관련 성과를 먼저 시·도민들에게 드려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 시작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 출범이 그 시작이다. 통합 의지는 컸지만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역 행정구역 경계를 허무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 자체에 대해서도 일선 대구경북 31개 지자체장이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저항할 우려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행정통합은 정치권의 지역구 개편 문제와 맞물려 있다. 대구지역 학계에선 차라리 특별지방자치단체격인 '광역연합'이 더 현실성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광역연합은 현 행정체계는 그대로 두되 필요한 사업을 위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따로 두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3월 정부가 자체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는 2개 이상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법인)'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는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이 되면 가장 좋다"면서 "다만 행정통합에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전(前)단계로 지방정부 간 연합체제 틀 속에서 '계획통합'부터 먼저 해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도시계획이나 토지이용 계획 등을 같이 세우고, 여기에 정부의 재정적 인센티브까지 동반되면 다른 기초단체의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경북
"1년내 지방자치특별법 통과 목표…공직자·선출직 설득"

경북도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너무 성급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심지어 행정통합의 최적기를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통합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1년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통합을 주장했지만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이 반대하는 등 수차례 진통끝에 제대로 된 결과는 내지 못했다. 경북도는 1년 내에 여론을 하나로 모아, 지방자치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도민들에게 대구경북 통합의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 이어 통합에 가장 거부감이 큰 대구경북의 공직자와 선출직(광역·기초 단체장 및 의원)이 통합이란 하나의 목표로 모일 수 있도록 설득작업을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대구경북 전체가 행정통합에 뜻을 모으면 오는 4월 총선이 끝나는대로 대구와 경북 두 단체장이 국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하고,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2022년 통합 대구경북 출범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대통령 선거 전 대구경북이 통합되어야, 2025년 대구신청사 완공과 2026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통합신공항이 개항하면 거대한 신공항 경제권이 형성된다. 지금처럼 대구와 경북이 각자도생한다면 신공항 경제권은 결국 반토막이 나게 된다. 대구신청사가 달서구 두류정수장으로 옮길 때 대구경북 통합청사와 대구시청이 동시에 입주할 수 있다.

경북도는 행정통합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정서적 이질감이 적은 대신 '한뿌리'라는 강한 동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고, 이것이 통합을 이끌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대구는 문화·교육·서비스 산업의 중심이자, 대구공항 후적지를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며 "경북은 관광·농업·제조업 기반의 도농복합도시로 성장하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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