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이 땅의 툰베리를 기다리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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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8   |  발행일 2020-01-08 제30면   |  수정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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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지난 연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제25차 기후변화당사국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 일정 중에 저먼워치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전 세계의 기후변화대응지수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58개국이 대상이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낮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특히 가장 핵심 지표인 에너지소비 저감 노력은 꼴찌였습니다.

지난 연말 발표된 2020 정부경제운영방향에도 기후변화 대응문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안이하지만 세계는 기후변화비상행동을 선언하고 행동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후변화 비상행동의 한가운데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이 소녀는 2018년 8월 20일 금요일에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 위기에 강한 대응을 촉구하는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툰베리의 행동은 곧 스웨덴을 넘어서 국제사회에 알려졌고, 세계인이 이 어린 소녀의 외침에 공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해서 하루 1억배럴씩 뽑아 쓰는 석유를 땅 속에 그대로 두자는 툰베리의 아주 단순한 주장이 답이라는 것에 공감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9월에 열렸던 유엔특별회의에 초청받아 세계의 주요 정상들에게만 주어지는 발언대에 서서 "기성세대는 기후변화 위기로부터 차세대의 삶을 책임지라"고 한 강렬한 연설장면이었습니다.

그날 세계에서 740만명이 거리로 나가서 길바닥에 누우며 "우리가 툰베리"라고 외쳤습니다. 12월에는 COP25에도 초청받아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는 길에 나서라고 호소하는 등 세계인의 주목을 모으는 중요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툰베리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팍팍한 교육현장을 생각합니다. 스웨덴 교실엔 학생들의 질문에 무한한 권한을 준다고 합니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끝까지 들어주고 답하는 것이 학교와 사회의 전통이랍니다. 그런 사회이기에 지구적인 문제에 질문을 시작한 어린 소녀의 발언이 세상 끝까지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세계는 학생들 간의 협력 학습을 시작한지가 오래인데 우리는 여전히 입시교육으로 아이들을 고립시켜 협력이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이 땅에 툰베리는 나오지 못할 겁니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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