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 어벤저스', 배려 더한 봉사로 세계에 온기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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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7   |  발행일 2020-01-07 제21면   |  수정 2020-01-07
[2020 메디시티 대구.1] 메디시티대구협의회 해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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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2014년부터 해외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지역 봉사에서 치과의사회, 약사회, 의사회, 간호사회, 한의사회가 활동하는 모습(위쪽부터).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제공>

대구시와 대구지역 의료계 종사자들이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대구'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15년 전인 2005년. 이때 민·관 합동으로 의료도시를 지향해 왔고, 이를 토대로 2009년 지역 의료기관 공동 브랜드인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했다.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회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보다 더 값지고 미래성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민관 거버넌스 기구인 '메디시티 대구 협의회'로 대표되는 대구지역 의료계 종사자들의 하나된 힘이다.

대구가 가진 자체 브랜드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활용한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찾아가 해외 의료봉사에 열정을 쏟았다. 대구의 해외나눔 의료봉사의 경우 의사회와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이 하나로 뭉쳐 떠나기 때문에 사실상 '종합병원' 하나가 해외의료봉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 집단이 해외의료봉사에 나서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이렇게 종합병원을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전공의가 한꺼번에 해외나눔의료봉사에 나서는 경우는 대구 외에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이어진 해외의료나눔봉사

대구의 해외나눔의료 봉사활동은 메디시티 대구의 브랜드를 지구촌 곳곳에 알리는 동시에 앞선 의료 기술 등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국가의 환자들을 치료해주기 위해 2014년 시작했다. <사>메디시티대구협의회 주관 하에 지역 보건의료 단체인 대구시의사회, 대구시치과의사회, 대구시한의사회, 대구시약사회, 대구시간호사회가 함께 힘을 보탰다.

메디시티협의회 관계자는 "대구의료에 대한 홍보도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가장 크게 신경쓰고 집행하는 활동이 해외의료나눔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회
실력에 인성까지 인정받은 60여명 엄선
2014년부터 네팔·베트남 등서 의료나눔
선발대 보내 현지사정 사전점검 뒤 파견
정서적·문화적 차이까지 세심하게 고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5개 보건의료단체가 합동으로 해외의료봉사단을 구성, 도움의 손길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2014년 네팔을 시작으로 2015년 베트남, 2016년 카자흐스탄, 2017년 키르기스스탄, 2018년 베트남 빈증성, 지난해 베트남 다낭까지 총 6차례 진행했다.

지난해 4월7~11일에는 총 64명으로 구성된 메디시티 대구의 해외의료나눔봉사단이 베트남 다낭을 찾았다. 이들은 의료환경이 열악한 화푸보건소와 다낭종합병원, 다낭패밀리병원 등 3곳으로 나눠 총 2천여명의 환자에게 인술을 베풀었다.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영상의학과, 외과, 피부과 총 8개과로 진료팀을 구성한 대구시의사회 의료봉사단은 베트남 다낭시에서 27㎞ 떨어진 화푸보건소에서 총 2천13건을 진료했다. 기본 외래 진료는 물론 초음파 장비를 이용한 복부초음파, 간·신장 초음파 정밀검사를 통해 간암, 갑상선암, 담도암, 이하선암 등 총 6증례의 암 진단도 함께 진행했다.

특히 다낭종합병원 측의 요청으로 정형외과 전문수술을 7차례 진행했고, 그중 한 차례는 관절경적 술기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견갑하근 파열까지 동반된 환자로 경험이 풍부한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최창혁 교수팀에 의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무리하기도 했다고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측은 전했다.

치과의사회는 치과검진 후 발치 및 충치치료와 같은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다낭종합병원으로 이송, 치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칫솔과 치약을 처음 접해보는 어린이들이 많아 올바른 양치를 위해 구강 위생교육을 함께 진행했다고 협의회 측은 전했다.

한의사회는 다낭패밀리병원에서 현지 환자 712명을 대상으로 침, 부항, 한약처방 등의 진료를 했다. 약사회는 의사회와 함께 화푸보건소에서 750명의 환자에 조제 투약 및 복약지도를 실시했고, 남은 의약품은 병원에 가기 힘든 지역민을 위해 현지 보건소에 기증했다.

간호사회에서는 화푸보건소 진료지원과 인근 유치원을 찾아 100여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등 개인 보건교육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다낭에서 세미나와 현진을 통해 의학 교류에도 힘을 쏟았다. 의사들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간특수조영제를 이용한 간암진단과 간암의 인터벤션 치료에 대해서도 열띤 토의가 있었다고 메디시티협의회 측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세미나를 마치고 과별로 현지 의사들과 회진을 돌면서 환자 진료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현지 의사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의술에 마음을 더한 봉사로 대구알리기

해외나눔의료봉사의 경우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통상 대구보다 의료 시스템이나 기술이 낙후된 곳을 찾다 보니 국내에서 진료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여건인 점은 물론 당장 수술을 한다고 해도 봉사기간이 끝난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힘든 탓에 섣불리 수술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무료'라는 이름으로 대충 진료를 하는 경우 봉사에 나서지 않았던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의료나눔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내 의료관광산업위원회는 본진이 떠나기 전에 항상 선발대를 보내 현지사정을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과의 차이, 진료 가능한 장비, 그리고 봉사활동에 나설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자재 등을 넉넉하게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 60명 내외로 구성하는 봉사단원들도 엄선하고 있다. 대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의료진을 중심으로 꾸리고 있다. 거기다 대구의료계를 대표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는 만큼 인성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2018년 베트남 빈증성에서 진행한 의료봉사 당시 봉사단원들이 입은 조끼 오른쪽에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 로고가, 반대쪽에는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국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당시 이들이 가져간 의료기기와 약품 등의 무게만 1t에 달했다.

김해공항에서 출발, 5시간을 날아가 베트남 호찌민시에 내린 봉사단은 차로 2시간 더 달려가 빈증성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곧바로 병원을 찾아 내일 진료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봉사단원들은 세심한 부분까지 챙겼다.

대구시한의사회 소속 봉사단원들은 침술의 특성상 노출이 불가피한 만큼 남자와 여자 환자를 구분하는 파티션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등 문화적 차이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봉사에 나섰던 한의사는 "우리와 문화와 정서가 다른 만큼 하나하나 체크했다"면서 "만약 좋은 취지라고 해도 환자가 불쾌해한다면 그건 미안한 일이고, 그에게는 안 좋은 기억이 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런 덕분에 베트남 현지 의료진의 반응도 좋았다.

당시 봉사활동을 진행했던 미프억병원 치과 간호사인 레티미안씨(여)는 " 많은 환자분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이번 베트남에 온 의료봉사단 수가 더 많아져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저희로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서 좋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3년째 해외의료나눔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시치과의사회 이기호 부회장은 "치과를 기준으로 보면 베트남과 키르기스스탄은 우리나라 1960년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치과에서 쓰는 기구, 소모품을 주고 올 생각으로 예상량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기술적으로 환자를 보는 것과 함께 해당 의료진에게 교육적 측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복기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의료관광산업위원장은 "올해도 몽골로 해외의료나눔봉사활동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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