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려인 민족화가 변월룡 작고 30주기 기념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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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7   |  발행일 2020-01-08 제21면   |  수정 2020-01-07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2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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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옷을 입은 소녀, 1961년, 캔버스에 유채, 54x34cm
변월룡(1916-1990)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난 고려인 민족 화가다.

러시아 미술계의 거장으로 존경과 인정을 받았던 그는 러시아 최고의 예술교육 기관인 레핀미술대 교수를 지냈으며, 러시아 미술계 최초의 한국인 미술학 박사로 기록됐다. 냉전 시대 소련에서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변월룡이라는 한글 이름을 고수했을 정도로 한국인으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는 늘 그에게 "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쫓아 연해주에 왔지만, 너는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라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병진년 용띠 해 달밤에 태어났다고 월룡(月龍)으로 그의 이름을 지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사랑했던 조국으로부터는 소외된 존재였다. 귀화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숙청되었고, 남한에서는 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2016년 한국과 러시아 수교 25년이 지나고서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첫 전시가 열렸을 정도다.

평생 조국을 그리워했던 천재 화가 변월룡의 작고 30주기를 맞은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는 2월3일까지 '변월룡, 우리가 기억해 야 할 천재 화가전'을 열고 있다. 그의 작품을 대구에서 볼 수 있는 첫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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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1963년, 캔버스에 유채, 75x60cm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거장전'과 같은해 제주도립미술관의 '고국의 품에 안긴 거장, 변월룡전'에 이은 국내 3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그의 천부적인 예술혼과 삶을 살펴보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특별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3점을 포함한 총 9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초기 레핀미술대학에서의 활동과 난생 처음 고국을 밟은 뒤 평양미술대학의 학장으로 있으면서 평양의 풍경과 인물화를 그린 1년여의 기간, 유럽 여행기, 삶의 황혼기 그린 초상화 등 시기별, 유형별로 구분하여 작품을 보여준다.

그의 풍경화에는 바람과 사슴, 소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긴 모가지의 사슴은 늘 어딘가를 처연히 바라보고 있으며 바람은 어지러이 이리저리 휘몰아친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슬픈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정사 폐사지의 다라니석당' '금강산의 소나무' 등 말년에 고국을 그리워하며 그린 풍경화와 유화, 데생, 석판화, 에칭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해낸 영혼을 담은 초상화가 주로 선보인다. 유화의 시원하고 거침없는 붓질과 동판화의 유려하면서도 디테일한 표현, 그리고 작품 마다 새겨진 한글 글귀와 서명을 보면서 화가로서 또 기구한 운명의 고려인으로서 변월용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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