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사)여성과 도시 이사장 윤순영"디테일에 강한 여성의 눈으로 도시를 디자인해야"

  • 김수영,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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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1 08:07  |  수정 2021-06-27 14:28  |  발행일 2020-01-1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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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대구 중구청장으로 일하면서 도심 재생에 힘써온 <사>여성과 도시 윤순영 이사장. 도심 재생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도시뱅크윤'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여성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최근 세계 도시의 큰 화두가 도심 재생이다. 도심 재생은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 주거환경 악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심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을 뜻한다. 종전의 주거, 상업 등 단일기능 도시를 복합기능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심 재생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대구에서 이 분야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이가 바로 윤순영 전 중구청장(68)이다. 12년간 구청장으로 일하면서 도심 재생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으며 임기를 마친 뒤에는 〈사〉여성과 도시 이사장을 맡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여성과 도시의 전신은 1999년 설립된 〈사〉영남여성정보문화센터입니다. 두 단체의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영남여성정보문화센터는 당시 여성에게 필요했던 정보문화 교육에 중점을 둔 단체입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춘 새로운 일을 해 보기 위해 법인의 명칭을 2018년 바꿨습니다.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도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변화에 맞는 도시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여성과 도시라는 명칭에서부터 여성친화적인 단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이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여성친화도시로의 발전은 당연하지요. 여성을 포함해 모든 시민이 살기 좋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게 이 단체의 설립 목적입니다."


세계 도시의 큰 화두는 도심재생
시대변화에 맞는 도시정책 필요
암스테르담·코펜하겐 성공사례
옛 맥주공장 활용해 관광명소화
발전소 인근에 문화시설 등 조성

시청 후적지 개발 방안 나왔지만
대구만의 콘텐츠 발굴 고민해야


▶살기 좋은 도시가 곧 명품도시라고 했는데요.

"흔히 디테일이 명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명품의 감동은 디테일에서 온다고 할 수 있지요. 여성은 이런 디테일에 강합니다. 여성과 도시는 디테일을 아는 여성의 눈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개발에 치우쳐 편리한 도시를 만드는 데만 힘을 쏟았습니다. 이제는 행복을 만드는 도시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시각으로 도시를 보고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면 모든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윤 이사장은 이 말끝에 2개월 전에 다녀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덴마크 코펜하겐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들 두 도시는 도심 재생의 성공사례이다. 특히 그는 코펜하겐에서 대구가 배워야할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코펜하겐 칼스버그 공장은 칼스버그의 옛 맥주공장을 활용해 만든 관광지이다. 맥주의 역사에 관한 사진과 물품을 전시하고 각종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상점이 들어서 있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코펜하겐에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발전소를 이용한 관광명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도 있다. 쓰레기를 태워 전기와 온수를 만드는 열병합발전소 인근에 오페라하우스, 잔디썰매장 등을 조성해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칼스버그 공장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는데요.

"그곳에는 옛날 붉은 벽돌공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옛 공장을 보전하면서 내부만 현대식으로 바꿨지요. 관광객 편의를 위해 새로운 건물도 지었지만, 옛 건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옛 흔적을 보전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옛 건물은 무조건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도시 개발이지요. 한국에서는 근대건물을 부수고 그곳에 아파트나 고층 상업시설을 무분별하게 건립해 도시의 아름다움은 물론 정체성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요.

"아파트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으니까 아파트 짓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도 전체 도시 디자인을 한 뒤 조화롭게 지어야 합니다. 또 건축미가 있는 아파트를 건립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살린 아파트들이 조화를 이룰 때 도시는 아름답게 변합니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마게르 바케에 가서 많이 놀란 점은 하얀 연기가 나는 굴뚝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거기서 잔디 썰매를 타고 많은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쓰레기 소각장 등이 혐오시설로 여겨져 내 동네에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결사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주민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서입니다."

▶도심 재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후주택, 건물 등을 리모델링 하려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 갑니다. 주택이나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낡았다고 무조건 없애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고 현대적 미감을 접목해 다시 사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재생을 도와줄 센터가 없습니다. 이런 센터를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대구시 신청사 입지로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터가 결정됐습니다. 신청사 이전 후 시청 후적지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요.

"신청사 입지로 달서구가 결정된 뒤 대구시는 그 이튿날 현 시청사 일대를 역사문화관광 허브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역사문화관광지로 개발해선 사람이 몰리지 않습니다. 대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있는 공간, 젊은이가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 등을 조성하도록 대구시와 중구가 머리를 맞대고 자세히 연구해야 합니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역사문화관광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김수영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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