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대형 산불 불쏘시개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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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09   |  발행일 2020-01-10 제2면   |  수정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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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국종성 교수

지구온난화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텍은 9일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김진수 박사(현 영국 에든버러 박사후연구원)팀이 서울대 정수종 교수, 일본 해양과학기술기구(JAMSTEC) 박호택 박사, 스위스 취리히 대학 가브리엘라 셰만 스트로브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북극진동과 관련된 남동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산불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극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남동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동토층에서 일어난 산불을 통해 산불과 기후 상태 변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영구동토층은 1만 1천 년 전 마지막 빙하시대의 끝 무렵에 생겼으며, 고대 동물 뼈, 식물 뿌리 등 5천억t의 탄소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의 탄소배출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탄소배출만큼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지역이다. 연구 결과, 북극 주변을 에워싼 대기 장벽이 깨짐과 동시에 시베리아 지역 고기압이 비정상적으로 겨울의 온도를 높여 눈을 평소보다 빨리 녹여 지면이 건조해지면서 산불을 더욱 확산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극 지역 중에서 산불이 가장 빈번한 남동 시베리아의 경우, 대규모 대기 조건을 분석하자 일 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철(4~5월)보다 1~2개월 전 북극진동이 일어날 때 산불로 인한 연소 면적이 더 넓다는 결과를 얻었다.

더욱 큰 문제는 영구동토층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더 많은 탄소를 방출시키고, 대기 중 탄소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북극 온난화를 가속 시킨다는 사실이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 앞선 결과처럼 지면이 건조해져 산불이 또다시 확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또한, 이 지역의 산불은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중 에어로졸의 중요한 배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후에 급격히 증가한 에어로졸이 편서풍을 타고 캐나다 대기질(air quality)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연구는 겨울철 북극진동의 활동성 여부로 봄철 산불 확산 여부를 예측할 수 있어 산불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종성 교수는 “시베리아의 동토 지역은 기후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산불이 임의로 발생하기보다는 기후요소에 의해서 조절되고, 이를 통해 산불을 예측할 수 있다”라며 “최근 남동 시베리아지역은 온난화로 인하여 눈이 더 빠르게 녹고 있어 대규모 탄소 방출 및 지구온난화를 가속화를 막기 위해 적절한 산불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지 8일 자에 실렸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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