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여는 이명미 작가 "예술을 왜 하냐고요? 재미있으니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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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5   |  발행일 2020-01-15 제22면   |  수정 2020-01-15
VENI VIDI VICI展 우손갤러리
올해 일흔, 왕성한 예술혼 불태워
절제된 톤과 거친 호흡의 50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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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미씨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주제로 3월13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웨디 위디 위키'(VENI VIDI VICI).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가 이끄는 군대를 격파하고 페르시아 전쟁의 승전보를 전한 세 단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이 생뚱맞은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수사학의 끝판이죠. 명징한 수사학에 대한 나름의 찬사라고나 할까. 하지만 예술 작품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니죠. 그림은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어요. 그저 지치지 않고 계속 재미있게 하는 '놀이'죠."

1950년생. 올해로 만 일흔을 맞은 작가가 깔깔거리며 소녀처럼 웃는다. 장난기 가득한 그의 웃음처럼, 그는 작업도 오로지 재미있게 즐겁게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마음껏 그림을 그리듯 자신의 감성과 직관을 화폭에 주저 없이 펼쳐낸다.

개의 형상을 그려놓고, 혹시라도 개인지 늑대인지 헷갈리기라도 할까 친절히 'DOG'라고 써 놓는다. '目'이라는 글자와 '입'이라는 글자가 눈과 입 대신 쓰여있다. 다리는 어디 갔을까. 'Sit Down'. 앉아 있는 개의 다리가 보일 리 없다. 게다가 개의 밥그릇은 텅텅 비어있고, '일용할 양식'이라는 글자가 회화적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왜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하나요?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하지 못하는 또는 하기 어려운 행동을 캔버스 위에 하는 거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고정관념을 깨면서 자유롭게 무모하게 하는 거죠. 무엇이든 그림이 될 수 있잖아요. 풍경이나 정물처럼 글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글자가 있으면 그림이 잘 안 팔리더라고. 그럼 어때. 그런 작업들이 재미있는데."

스스로를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난 정신 상태"라고 설명하는 이명미 작가는 "그림으로선 지금이 가장 젊다. 철딱서니 없고 무모하고 용감하지만 이제부터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해 달라. 만년의 작업이 작가를 말해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일흔 넘어 시작되는 그의 '새로운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재미있게 하는 것이지요. 내가 찾은 예술의 길을 도전 의식을 갖고 용기 있게 해나갈 겁니다. 삶 속에서는 개의 다리를 없앨 수 없지만 그림에서는 가능하지요. 그것이 예술이며 예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월13일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에는 '작가 이명미'를 설명하는 1990년에서 최근작까지를 엄선해서 걸었다.

기존 익숙한 이명미 스타일, 화려하고 보색의 대비가 뚜렷한 미니멀한 작품보다는 오일과 아크릴을 섞어서 거친 맛을 강조한 절제된 톤과 거친 호흡의 작품 50여점이 선보인다. 또 오는 9월에는 서울 피비갤러리에서 물성에 천착한 좀 더 실험적인 작품들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글·사진=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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