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새해를 맞는 우리 기업의 과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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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7   |  발행일 2020-01-17 제22면   |  수정 2020-01-17
경제주체들 간 갈등 심화 등
외부환경 정확히 예측 못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따라
보다 민첩한 대응능력 필요
창의적 해법 스스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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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2020년 우리 경제는 내수경기와 수출실적의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지난해 2.0%보다 소폭 상승한 2.3%(KDI)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망을 하는 기관마다 바라보는 내년도 우리 경제의 모습과 예측치가 들쭉날쭉한 것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반도체 경기전망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경기순환론에 대한 믿음에서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이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타협을 서두르고 있으나, 협상결과에 따라 양국의 통상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 경우 상호 관세부과로 중국이 받는 타격은 미국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문제는 글로벌 반도체경기와 직결되어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해야 할 난제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은 두 국가 간 세계 패권경쟁이란 배경을 깔고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지 단기간에 쉽게 봉합될 문제가 아니라고 비관적으로 예견하고 있다.

2019년은 최저임금의 2년 연속 가파른 상승과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이 확대시행되면서 기업들이 노동비용 상승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외여건마저 악화하며 우리 경제 전체가 비틀거린 한 해였다. 물론 경기란 하강하면 하강하면서 파생한 요인으로 다시 상승하는 순환특성도 있기 때문에 새해에 국면전환의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제는 경기반등을 저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생산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을 바탕으로 우려를 하고 있다. 생산이 증가하면서 설비수요가 발생하고 투자가 일어나는데 이러한 경기상승의 기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획이란 기획과 실행의 시간적 괴리를 전제로 하는 작업이다. 이는 예측의 정확성에 따라 그 존재 이유가 결정된다. 그런데 세상이 너무 복잡해지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의 영향으로 예측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계획이란 작업도 의미를 상실할 지경이 되었다. 국내·외 경제주체들 간의 갈등과 사건의 확산이 더욱 심화되면서, 우리가 처해진 환경은 '불확실성'을 넘어 '알 수 없는 미래'의 바다를 향해 급물살을 타고 떠내려가고 있다.

경영석학 헨리 민츠버그의 말을 보태자면, 외부환경을 더 이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구하도록 경영자들을 독려하는 것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폭풍우가 치는 바다를 건널 때, 처음에 결정한 항로로만 무작정 가다가는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가능성이 크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바람과 파도의 흐름을 읽으며 수시로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능력 있는 경영자는 상시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조직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오로지 성과로만 평가받는다. 창의적인 경영자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인 상황타개책을 스스로 이끌어내는 사람들이다.

이론은 문제점을 짚어줄 수는 있으나 해답은 결코 주지 못한다. 자신의 조직이 당면한 특유의 상황과 문제점에 집중하여 창의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바로 그것이 제대로 된 혁신이고 경영활동의 본질이다.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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