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뉴트로 (NEWTRO)

  • 임성수
  • |
  • 입력 2020-01-17   |  발행일 2020-01-17 제40면   |  수정 2020-01-17
젊은세대가 소환한 1990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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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of Holland Fall 2019 Ready-to-Wear Fashion Show'에서 선보인 타이다이 프린트의 셔츠와 오버핏의 데님으로 스포티한 감각을 연출한 컬렉션. 〈출처: pinter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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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2020 S/S(봄·여름)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인 과장된 실루엣과 에지있는 디테일의 상의, 하이웨이스트 팬츠로 연출한 샤넬의 청청패션 스타일링. 〈출처: wg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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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감성으로 재해석된 힙합 팬츠. 〈출처: https://www.dh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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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힙합 패션. 〈출처: 중앙포토〉
1020세대 경험하지 못한 과거
복고풍 '레트로' 재해석 열광
새롭고 재미있는 문화 콘텐츠

넓은바지·헐렁한 셔츠·모자
힙합·랩 통해 반항 심리 표출
性 경계 모호 유니섹스 일상화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춤·패션, 삶의 태도 지배

속도감·격렬함 대리만족 농구
자유로운 스포티 스타일 유행

최근 패션계를 강타한 뉴트로 트렌드는 패션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회자되면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명명된 1990년대 세기말 음악과 패션이 10대 사이에서도 관심과 호응이 높다고 하니, 그 시절 한가운데서 20대를 보냈던 감회는 실로 달곰 쌉쌀하다.

유행은 돌고 돌아 '복고', 또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오래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다시 돌아와 트렌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패션사이클로 간주되는데, 최근에는 레트로를 새롭게 재해석한 '뉴트로(New+Retro)'가 소비 트렌드까지 강타하고 있다. 특히 그 문화를 직접 향유했던 기성세대가 아니라 전혀 접해본 적 없는 10~30대 젊은 층이 뉴트로 트렌드에 열광하고 있는 현상은 기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뉴트로'는 지난 추억을 소환하는 복고 마케팅, 즉 레트로와는 다르게 요즘 젊은 세대가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며 재해석해내는 현상으로 새로운 복고, 과거의 재해석 등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제까지 레트로 마케팅의 주 타깃이 과거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통해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자 하는 중장년층이었다면, 뉴트로는 다시 돌아온 유행을 처음 만나는 새로운 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 젊은 소비자들은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라는 '새로움'을 익숙하지 않은 옛것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나름의 위트로 재가공하여 소비 중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이색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1020세대에게 과거로의 회귀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새롭고 재미있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험하지 못한 아날로그 감성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특히 과거의 것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모던한 감각을 더해 재해석하는 과정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극적인 유희에 가깝다. 이러한 뉴트로 콘텐츠를 SNS를 통해 또래들과 공유함으로써 즐기는 것은 물론, 패션, 먹거리, 놀이문화에 이르기까지 경험형 소비 트렌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2020년 신년에도 핫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1990년대'는 끝을 알 수 없는 다양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패션에서는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스타일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하위문화(Subculture)가 하이패션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전파매체를 통해 빠르게 유행했던 대중음악은 새로운 음악 형식과 함께 대중 스타를 만들어 냈고, 당시 1020세대는 스타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였다. 또한 스포츠는 운동경기의 직·간접 참여로 젊은 층의 잠재된 욕구를 해결해 주었고 그들로 하여금 운동선수의 이미지를 추구하도록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 1020세대 고유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하위문화를 구성하여,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의 형성에까지 이르게 했다. 이와 같이 1990년대 스트리트패션의 유행에는 대중음악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힙합(Hip-hop), 레게(Reggae), 키치(Kitch) 스타일과 스포츠의 영향으로 나타난 스포티(Sporty)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힙합은 TV나 뮤직 비디오에서 방송되는 랩 음악의 영향으로 전 세계 10대들에게 모방돼 똑같은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신발 등의 유행을 만들어 냈다. 허벅지 부분이 자루 모양으로 넓은 바지, 몸에 비해 훨씬 큰 헐렁한 면 셔츠, 거꾸로 돌려 쓴 모자 등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것은 구속과 억압을 싫어하는 힙합 스타일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당시 10대들에게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콘셉트였다. 또한 힙합은 남자와 여자가 거의 똑같은 옷을 입는 유니섹스 모드가 일상화돼 있어 뒷모습만 보면 남녀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이것은 성역할 구분과 남녀차별에 저항하고자 하는 당시 청소년세대의 반항 심리를 투영한 것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1990년대의 대중음악에서 힙합의 전도사로 기억되고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은 듣고 즐기던 그동안의 음악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는 음악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이들은 음악뿐 아니라 춤, 패션, 삶에 대한 태도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형성하도록 하였다. 이는 감각적이고 새롭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90년대 비주얼 세대의 성향을 잘 반영한 것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보여주는 자유롭고 당돌하며 개성적이고 반항적인 이미지는 10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문화적 상징이었다.

힙합 스타일과 함께 스포티 스타일은 90년대 한국 10대 청소년의 패션에 파급력을 발휘했는데 특히 '농구'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청소년들이 농구를 좋아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게임 방식과 스타일이 그들 자신의 육체적, 감각적 욕망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스피드와 격렬함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시각적 효과, 다양한 룰과 작전이 펼쳐내는 현란함은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확연히 차별화됐다. 빠른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 보여주는 속도감은 단순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10대들에게는 매력 그 자체였으며, 농구의 스피드와 격렬함은 지루하고 완만한 일상의 속도가 주는 나른함에 대한 대리 만족을 제공하였다. 도시 내의 일정한 공간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가능한 '길거리 농구'의 유행은 편리하고 세련된 스포티 스타일 패션의 유행에도 한몫을 하였다.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가 즐기고 있는 그 시절의 모든 요소는 뉴트로 트렌드를 통하여 완전히 새로운 문화로 재생되고 있다. 낡은 것은 버려야 한다는 생각의 틀은 깨졌고 과거를 빌려와서 '현재'를 파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본질을 유지하면서 레트로가 가진 촌스러움, 싫증, 권태, 지루함 등을 센스있게 재해석하여 현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낡고 쇠락하여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을지로 철공소 골목을 '힙지로'라는 핫플레이스로 만들어 즐기고 있는 오늘의 1020세대의 전환된 사고체계로부터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참고자료

△ 2020 S/S(봄·여름) 트렌드전망. wgsn.com △ Hip-hop 스타일에 관한 연구-주은희(학위논문, 1998) △ 1990년대 패션에 나타난 하위문화 스타일-임은혁(학위논문, 2002) △ wgsn.com △ google.com △ pinter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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