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세 갈래 도전, 龍 그리려다 뱀 돼서야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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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4   |  발행일 2020-01-24 제27면   |  수정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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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새해 들어서자마자 메가톤급 어젠다 3개가 던져졌다. 첫째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둘째는 대구시청사 이전, 셋째는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다. 대구경북(TK) 50년, 100년을 좌우할 의제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하고,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고, 산업을 재배치해야 하며, 지역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사안들이다. 이들 어젠다가 제시하는 미래는 희망적일까. 잘 갈무리하면 TK 영광을 재현할 만하지만, 무지갯빛 환상에 그칠 수도 있다. 이를 여하히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첫 단추를 끼울 올해가 중요하다.

위기의 대구경북. 위기의 절반은 돈이 돌면 해결될 문제다. 이들 초대형 프로젝트 3종 세트를 제대로 실행하면 10년간 적게는 수십조, 많게는 100조의 돈이 풀린다. 단군 이래 최대라 해도 무방하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대구경북 앞에 이런 선택지가 놓인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돈 때문만이 아니다. 이 10년 동안, 이 돈으로, 우리 세대가, TK 백년대계를 새롭게 그랜드디자인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가. 이 장대한 구상이 범을 그릴지 고양이를 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 막 시작된 것이다.

신공항 건설 사업부터 한바탕 소동 중이다. 이전부지 선정 주민투표의 전후 과정은 실망스럽다. 주민투표는 '의성 비안', 유치신청은 '군위 우보'라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예상된 사달'이라는 소문이 돈다. 예상됐다니? 일찌감치 절차와 룰에 부조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는 공항 입지를 정하는 데 지역 간 표 대결이라니? 합당치 않은 방식이었다. 투표결과를 접한 대구와 경북 동남권 지역 시·도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이 대구공항 이용객의 70%를 넘는다. 쉬쉬해왔으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으니 굳이 숨길 필요 없다. 자칫 사업이 용두사미 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통합신공항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대구경북 미래보장 프로젝트다. 새로 공항 짓는데 10조원, 후적지 개발에 10조원, 최소 20조원짜리 사업이 펼쳐진다. 이뿐인가. 조야~동명 광역도로, 4차 순환도로, 신공항 연결철도 등 교통인프라 구축과 공항 주변 기반시설 건설, 배후단지 조성 등을 따지면 가늠조차 어렵다. 개발투자만이 아니다. 인근 산업단지·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어찌 셈할 수 있겠는가. 36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5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40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공항 인근 소음 피해를 해소하고, 대구경북 공간구조에 대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이다. 이 시점 신공항 사업이 재이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결단이다.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 상식적인 답은 나와 있다. 복선(伏線)과 정치적 셈이 상식을 막아선 안 된다. 길이 막혔을 때 새길 내는 게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60년 만의 대구공항 이전, 400여 년 만에 중구를 떠나는 대구시청사, 40년 만의 대구경북통합 공론화. 이 모두 처음 '경상도'라 불린 이래(1341년) 함께해온 680년 역사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허투루 볼 수 없는 역사적 전기(轉機)다. 이 변화가 2020년 한꺼번에 찾아왔다. 삼족정립(三足鼎立)이라 했던가. 안정과 균형을 상징하는 세발솥처럼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시청사 이전, 대구경북통합을 든든한 3축 삼아 비상(飛翔)하기를 기대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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