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보수 여전사 이언주의 통합론에 주목하는 이유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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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8   |  발행일 2020-01-28 제30면   |  수정 2020-01-28
黃-劉 결합, 사실상 어려워
현장서 투쟁해온 사람들이
보수통합 주도세력 맡아야
TK희생하는 정치 그만두고
세대교체 등 원칙에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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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문재인정부는 모든 것이 비상식적입니다. 특히 조국 사태와 검찰 대학살 인사를 겪으면서 국민은 문재인정부의 비합리, 비상식에 대해 임계점에 봉착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정부에 대항해 잘 싸울 수 있는 용맹하고 유능하면서도 헌신적인 사람을 찾을 것입니다. 지금은 지난 총선 때와 같은 중도·실용을 내세울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최근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을 창당하면서 보수의 여전사라는 별칭을 가진 이언주 대표가 밝힌 보수우파의 총선 필승 전략은 명쾌하다. 담대함과 지력을 가진 세력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선명한 기치를 들고 투쟁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보수통합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라는 국가의 정체성 싸움에서 선명하게 체제경쟁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의 결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땀 흘린 사람, 현장에서 투쟁해온 사람들이 정치의 주도 세력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대선과 국회의원선거 전략의 출발점을 다르게 놓는 것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진단에 동의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보의 품성과 통합적 리더십을 돋보이게 할 포인트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총선은 세력 간의 싸움이다. 더 강하게 결집하는 쪽이 이기는, 일종의 패싸움이어서 어떻게 사람의 기를 살리고, 뭉치게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그 측면에서 보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은 보수대통합은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탄핵을 둘러싼 이견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정치공학적 시도는 통합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2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이 20% 중반에 그치며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현재 지지율 단순 합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 세력 간 통합의 파급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친박( 親박정희-박근혜) 지지층의 이탈 때문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이 출범할 경우 유 의원이 황 대표와 '투톱'으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설밑에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당이 유 의원과의 결합에 나서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의 대의'에 목소리를 죽여 온 이른바 '아스팔트 세력'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주말집회와 노숙으로 반문재인정부 투쟁에 앞장서 온 시민사회·재야 진영이다. 이들이 "유승민 의원을 보수의 리더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25일 급기야 한국당과 결별해 선명한 우파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당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보수통합의 '고차 방정식'을 풀기 위해선 '원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4월 총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분명하게 직시해야 한다. 인적쇄신 등 혁신의 목표가 특정 계파와의 야합이나 척결이 아닌, 보수진영의 '구태 탈피'와 이를 위한 '세대 교체'라는 지적을 유념하길 기대한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보수혁신을 명분으로 TK를 희생물로 삼는 정치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원 학살에 가까운 현역 배제 공천이 반복될 경우 대구경북에서 앞으로 '큰 정치'에 대한 기대는 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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