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중국인 포비아 현상으로 번져서는 안된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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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9   |  발행일 2020-01-30 제8면   |  수정 2020-01-30
SNS나 카페 등 커뮤니티에 중국인 관련 내용 꾸준히 올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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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동성로의 한 드럭스토어에 나붙은,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국어 안내문, '텍스리펀' 표시 등이 붙어있다.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중국인 포비아'로까지 번지면서 대구지역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가 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시민이 갖게 되는 우려와 별개로, 이 같은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증에 대해서는 과민할 정도로 대응하더라도 그것이 발생지인 중국 우한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부감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구시민 사이 '중국인 포비아' 확산
대구 중구 반월당에서 만난 황모씨(여·32·중구 삼덕동)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지난 28일부터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출근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중국인들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SNS나 카페 등 커뮤니티에선 중국인에 대해 두려워하는 내용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27일 페이스북 상에선 "동성로에 중국 여행객들이 정말 많은데, 다들 마스크는 쓰지 않고 돌아다니고, 침 튀겨가며 말한다"며 "김밥집을 가도, 지하상가를 가도 중국인들이 있다" 등 제보 게시물이 올라왔고, 이에 동조하는 1만여개 댓글이 달렸다.

이런 포비아 현상으로,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화교나 중국계 주민과 학생 등에게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대구시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6천924명(중국인 4천949명, 한국계 중국인 1천975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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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인터넷에 등장한 '노 차이나(NO CHINA)' 로고 인터넷 캡처
◆'노 차이나'가 아닌 '노 바이러스'가 돼야
하지만 막무가내 혐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음달 대구를 비롯한 한국 여행을 앞둔 루이스씨(28·중국 칭다오)는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만이 쏟아져 여행 취소를 고민 중"이라며 "한국인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중국인들이 야생박쥐를 먹는다' 등 잘못된 정보가 퍼져, 중국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청와대도 지난 27일 "감염증의 공식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같은 조치는 곧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는 사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때문이었다. WHO의 표준지침엔 "특정 집단에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하라"고 규정돼 있다.

2015년 WHO는 △주민·국민 △지리적 위치 △사람 이름 △동물·식품 △문화 △산업 △직업군 명칭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라 권고내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스페인 독감 등 지역이 들어간 명칭은 권고 이전에 확정된 병명이다. WHO는 현재 '2019-nCoV'라는 이름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부르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에선, 지난해 일본제품불매운동 당시, '노 재팬'이 아닌 '노 아베'가 옳다는 지적이 확산됐던 것처럼, 이번 사태 역시 '노 차이나'가 아닌 '노 바이러스'로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국이 사건 실체를 은폐하는 등 피해를 끼친다면 이에 대한 정상적 비판은 당연한 것이지만, 무작정 중국인에 대한 인종적 혐오를 표출하는 것은 오히려 전세계에 한국 시민정신이 문제가 있다고 보여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군다나 지난해 일본제품불매운동 당시는, 국가적 차원의 무례한 행위에 대한 시민의 반발이었음에도, 일본인 자체를 혐오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엔 그런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노 차이나'가 아니라 '노 바이러스'이어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과)도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했다해서 중국인 자체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구분하려 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지금 시민들에게 불안 심리가 과도히 투영돼 있는 것 같은데,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해,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해 침착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포비아는 전국적으로도 뜨꺼운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난 23일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9일 오후 4시 기준, 57만8천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인터넷 상으로는, 지난해 일본제품불매운동 당시 확산됐던 '노 저팬(NO JAPAN)' 로고를 본 딴 '노 차이나(NO CHINA)' 로고까지 등장했다. 로고에는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중국 제품 불매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사회적 혼란만 유발하는 행위다"라는 비판 역시 이어지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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