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정의 감각수업] 미각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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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31   |  발행일 2020-01-31 제39면   |  수정 2020-01-31
행복회로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체험 마케팅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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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은 복잡하고 다양한 감각이다. 음식의 맛도 미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혀에 어떤 물질이 닿으면 '미뢰'의 미각세포에서 신경세포를 따라 뇌로 전달되어 기억 속에 잠재된 정보와 비교한 뒤 맛을 인식한다. 그런데 '사과 맛'이나 '딸기 맛' 등은 미각세포에서 신맛을 느끼더라도 향기가 나지 않으면 사과나 딸기로 인식하지 못한다. 즉 후각이 함께해야 비로소 맛을 느낀다.

이처럼 후각과 미각이 함께 자극되면 향미를 느낀다. 그래서 음식을 먹기 전에 맡는 냄새와 입안에서 씹고 삼키면서 코 뒤쪽으로 올라가는 냄새도 매우 중요하다. 즉 음식을 먹는 사람의 호흡이나 씹는 속도, 횟수, 침 상태 등의 다양한 영향을 받는 것이 향미다.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일수록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향미에 있어서는 시각도 중요하다. 음식의 색깔이나 형태, 향신료와 소스, 조리되어 나오는 모양과 그릇, 음식을 입에 떠넣을 때의 늘어지는 모습 등도 맛에 영향을 준다.

미각은 이처럼 복잡미묘하다. 따라서 미각마케팅은 체험마케팅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체험마케팅의 핵심은 당연히 체험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감각(Sense)·감정(Feel)·인지(Think)·행동(Action)·관계(Relation) 등 5가지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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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정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시식코너를 통해 미각마케팅을 하는데, 고객이 한창 허기가 질 만한 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 이후를 주로 공략한다.

'1박2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송계의 한 획을 그은 나영석 PD는 미각이 얼마나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삼시세끼'의 돌풍과 함께 최근 외국에 나가 작은 식당을 차려 운영하는 콘셉트로 인기몰이 했던 '윤식당'에 이르기까지 '직접 그곳에 가서 체험하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생한 현장감이 가득한 버라이어티에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 그리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귀여운 동물들을 굳이 방송에 출현시키는 이유가 있다. 시각과 체험, 맛 세 가지 요소는 사람들의 오감과 감성을 끌어내어 공감력 100%의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주얼(시각)이 아무리 멋있어 보여도 '맛의 진검승부'에서 실패한다면, 그것으로 매장의 매출은 끝이다.

일본의 초밥달인들은 밥 하나 회 하나에도 질감, 촉감, 시각, 청각을 담아낸다. 작은 매장이 사람들로 가득한 이유다. 최고의 맛을 완성하기 위해 적당한 온도와 배합, 무게, 촉감까지 신경 쓰는 열정을 초밥이라는 작은 음식에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인정신이 배어 있는 맛과 그렇지 않은 맛은 분명 차이가 있다. 고객들은 직감적으로 안다. 무엇을 주력상품으로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주인의 몫이지만, 선택한 이후에는 '집요한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날을 예리하게 세우고 매일 칼을 갈고 다듬고, 담금질을 했을 때 '맛의 진검'이 완성된다.

'체험을 통한 카타르시스'는 주인의 진정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깊은 맛에서부터 시작된다. 고객을 생각하는 진정성과 장인의 손길이 담긴다면, 분명 그 매장은 성공하게 된다.

아이엠 대표(계명문화대 패션마케팅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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