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에 볕들 날 언제 오나" 占 보러 가는 청년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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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7   |  발행일 2020-02-07 제33면   |  수정 2020-02-07
대구 동성로 타로·사주집 20여곳 성업
소문난 곳은 대기줄 길게 이어져
방학기간 상당수 대학생으로 북적
중고생 고객 부쩍, 학생 할인행사
온라인 궁합·사주도 젊은층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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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 날이었던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명 '타로골목'에는 타로점과 사주 등을 보기 위해 찾은 젊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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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대구 동성로에서 타로점을 보고 있다(위). 젊은층의 관심이 높은 '연애운' '진로운' '취업운' '결혼운' 등을 입구에 써 놓은 대구 동성로의 한 타로·사주 집.


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 날이었던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명 야시골목 내 쇼핑몰 자이유(옛 갤러리존) 옆에 자리한 타로·사주 집들에는 여대생, 20대 커플, 30~40대 여성은 물론 여고생까지 신년운세 등을 보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 골목은 과거 타로점을 보는 집이 많아 '타로골목'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타로점보다 사주를 보는 손님이 더 많은 편이다. 쇼핑몰 자이유 옆 골목 한편으로만 11개의 타로·사주집이 있다 보니 신년운세 등을 보러 온 사람들은 상호와 실내 분위기 등을 살펴보며 선택에 고민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골목을 두리번거리다 한 곳을 택한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을 따라 들어가 봤다. 쇼핑몰 자이유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쪽집게 천사 2호점'. 들어가니 두 명의 역술인이 이미 손님들의 사주를 봐 주고 있었다. 한 쪽에선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다른 쪽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 여성 손님이었다. 40대 여성은 남편 및 자녀와 관련한 올해 운에 대해 물었고, 여대생은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를 문의했다.

여대생이 상담을 마치고 나오자 기자와 함께 들어간 여성 두 명이 상담을 시작했다. 이들은 올해 입학하는 예비 대학생으로 둘 다 남자친구와 관련된 상담을 했다. 별도로 상담을 하던 한 예비 여대생이 남자친구와 올해 5월쯤이면 잘 될 것이라는 소리를 역술인으로부터 듣자, 뒤에 앉아있던 친구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이들이 상담을 하는 사이에도 20대 초반 여성 한 명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20대 후반의 여성이 잇따라 들어와 대기석에 자리했다.

바로 옆 '쪽집게 천사 1호점'과 '소름돋는 마녀', 가게 하나를 지나 있는 '미미' 등 인근 사주·타로 집에도 대기하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새해가 시작되고 설이 바로 지난 뒤 방학이어서 그런지, 대학생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여고생 고객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여중생 까지도 타로 점이나 사주를 보러 온다고 역술인들은 귀띔해 주었다. 일부 타로·사주 집에는 타로 점을 보는 중·고생에 대해 5천원인 정상 가격에 20% 할인한 4천원에 봐 준다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을 정도다.

타로골목 외에도 이 일대에는 타로·사주집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두 번째로 찾은 쇼핑몰 자이유 맞은편 '김사부 사주·타로 2호점'에서는 30대 후반의 여성과 20대 후반의 남성이 찾아 올해 운세와 연애운 등에 대해 상담을 했다.

이 일대에서 타로·사주 집을 운영하는 역술인들은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이 예전보다 줄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새해인 데다 설 연휴를 전후해선 올해 운세 등을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이어지면서 밖에까지 줄을 서는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년이면 점(占)집을 찾는 풍습은 구세대나 신세대나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하나 바뀐 점이 있다면 과거엔 찾아볼 수 없었던 인터넷 점집의 등장이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실시간으로 궁합·사주 풀이가 가능해 최근 들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역술인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면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더해지면서 카카오톡 역학 채널만 40개가 넘고 유튜브에선 무료 타로 채널까지 등장했다. 점 보는 것도 이제 온라인 시대를 맞고 있다. ☞ W2면에 계속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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