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삼 'MUTE-웅크린 사람들' 28일까지 소나무갤러리 전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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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3   |  발행일 2020-02-14 제16면   |  수정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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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삼 '웅크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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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삼 '기다리는 사람'


황학삼의 조각은 '웅크린 사람들'이다.
팔다리는 깊게 오그리고 머리는 두 손으로 감싼 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옆으로 누워 머리를 파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인간, 고독한 등줄기만을 드러내며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은 인간, 바닥에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으로 이미 잔뜩 웅크린 몸을 더 숨기려 하는 인간 형상들이다.

몸을 꽁꽁 닫고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어 하는 몸뚱이는 고통으로 타들어간 듯 시커멓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등줄기와 울끈 불끈 솟은 근육만이 그 고통의 깊이를 짐작케 할 뿐이다. 소조의 방법을 쓴 작품에는 손으로 일일이 살점을 눌러 붙인 자국이 시커먼 표면 위에 거칠게 남아있다.

상처 입고 두려움에 쌓여 마지막 남은 자존감마저 잃고 웅크려 앉은 조각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희망적이다. 고요 속에 침묵하며 안간힘을 다해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결연함과 강인함이 그 속에 있는 까닭이다.

작가는 "화려한 나비로 환골탈태를 꿈꾸며 험난한 시간을 이겨내는 번데기의 인내의 시간 속에 웅크린 남자가 있다"고 했다. 웅크린 것들은 절망 속에 있는 듯 보이나 언젠가는 다시 일어선다. 침묵하고 웅크리며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을 위한 더 큰 울림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그 희망이 그의 어두운 조각에 자꾸만 눈길이 가게 만든다.

최근작 'Mute-하늘을 바라보다, 땅을 바라보다'에서 작가는 웅크린 인간을 일으켜 세우고 스케일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작과 달리 굳건하게 스스로 땅을 딛고 서 있는 거대한 인간 형상의 무표정한 침묵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인간 실존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 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것은 또 다른 세계와 몸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28일까지 소나무갤러리.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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