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2020년 교사의 길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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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7   |  발행일 2020-02-17 제15면   |  수정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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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도종환의 시 '스승의 기도'를 읽는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십시오. 힘찬 날갯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아이들을 날려 보낸 빈자리에 다시 아이들로 채운다. 돌아보면 나는 아직은 그나마 크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마지막 수업으로 학교 숲으로 나가서 산책했다. 지난 한 해 가장 열심히 가르친 게 학교 숲을 걷고 시를 쓰는 일이었다. 봄꽃나무들은 꽃망울을 맺고, 봄비가 단풍나무와 잣나무 가지에 예쁜 물방울을 달아두었다. 아이들이 물방울을 손으로 툭 치다가 내가 지나가는 나무를 흔들어 장난을 친다. 처음 만나 사진을 찍었던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교실로 돌아와 마지막 노래 '꼴찌를 위하여'를 불렀다. "보고픈 책들을 실컷 보고 밤하늘의 별님도 보고, 이 산 저 들판 거닐면서 내 꿈도 지키고 싶다. 어설픈 일등보다도 자랑스러운 꼴찌가 좋다.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도 괜찮은 거야." 노래를 부르다 생각해보니 나는 노래처럼 가르쳤다. 우리는 마지막 예의를 갖추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아이들이 나를 어떤 교사로 기억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면서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릴 때 이 한 해를 떠올리면 좋겠다. 마음껏 날아가는 데 힘이 되면 더 좋다.

학교는 지금 새 학년 담임을 정하고 교육과정을 짜느라 바쁘다. 학교마다 너무 많아진 '특별한 아이'를 누가 담임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할 것이다. 누구라도 자발적으로 이 아이들의 담임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우리 학교도 이런 형편인데 선배가 되어서 어려운 일을 후배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 내가 맡기로 했다. 이 선택으로 또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게 교사의 길이니 가야 한다. 이런 걱정을 하는 중에 임용고시를 친 제자가 엄청난 경쟁을 뚫고 국어 교사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다.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마음이 아름다움에 달하지 않고서는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 한마디로, 교육을 통해 시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교육은 효율적인 교육이 아니다"라는 말을 교사가 된 제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하지만 "가벼운 지식만을 전달하는 수업 분위기에서 오래 익혀야 배울 수 있는 지식이나 진리 그리고 된장처럼 숙성시켜야 그 빛을 발하는 암묵적 지식은 교육과정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는 심성보 교수의 걱정도 같이하고 싶다. 교사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교사가 스펙을 쌓아야 하고, 승진해야만 축하받는 현실을 하나도 바꾸지 못한 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래도 참 교사가 되자고 말해야겠지?

새 학년도를 시작하면서 산사태나 지진처럼 교사의 길을 가로막힌 현실을 직면한다. 부모의 경제력, 부모의 학력, 직업, 사회적 네트워크의 격차가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만들고, 학교가 이 불평등을 확대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어찌할 것인가? 지구 온난화로 남극 온도가 20℃가 되었다고 하고, 북극 최후의 빙하도 2030년이면 사라지고, 약해진 제트기류가 날씨를 엉망으로 만든다고 한다. 이젠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강제적으로 묻어야만 하는 '마이너스 에미션'을 실천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지경이라는데, 교육부나 교육청은 이에 대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있고, 그러니 교사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깨닫게 될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지식만 가르칠 수 없는 교사의 길은 구절양장이다.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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