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거친 중국'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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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7   |  발행일 2020-02-17 제31면   |  수정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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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객원논설위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우리에게 온갖 경제적 해악을 끼쳐온 중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외교적 무례함을 드러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가 신임장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 확산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여행제한 조치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제동을 건 것은 한국을 얕잡아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주권침해 행위이다. 그의 언행은 지난 연말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경우처럼 조선 말기 청나라 총독으로 행세한 원세개(袁世凱)를 상기시켰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86년(고종 23) 7월29일 원세개가 의정부에 보낸 '조선 정세를 논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기록돼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지금 강대한 이웃 나라들이 조여들고 있는 때에 조선은 안일만 탐내고 있다. 역량을 타산해보면 약점만 나타나서 자주 국가로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강국의 보호도 받는 데가 없기 때문에 결코 자기 스스로 보존하기 어려운 것은 천하가 다 아는 것이다. 조선은 본래 중국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 중국을 버리고 다른 데로 향하려 한다면 이것은 어린아이가 자기 부모에게서 떨어져서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조선을 중국이 돌보는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이어 '조선은 중국 바로 옆에 있다. 조선이 없으면 동쪽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므로 중국으로서는 군사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수륙으로 동시에 진출하여 재빨리 남보다 먼저 상륙하여 잠깐 사이에 대병력이 경내를 뒤덮으며 비록 구주에 구원해 줄 군사가 있다 하더라도 사태가 급하게 되어 그것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조선은 벌써 망하게 될 것'이라며 침략 위협을 서슴없이 했다.

고종은 이 글을 읽고 '공의 말은 참으로 눈을 틔워 주고 귀를 열어주었으니 약도 침도 이만은 못하다'며 아부를 했다. 그 후 세월이 134년여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에 대한 우리의 처지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작은 나라'라고 낮추며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웠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시진핑 주석에게 주중대사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방명록에 황제를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을 상징해온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글귀를 남겼다. 중국의 '거친 외교'와 이에 반응하는 우리 지도자의 굴욕적인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며칠 전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이 한반도에 사드 발사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의 성주기지뿐 아니라 한반도 어디든 사드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발언이 현실화하면 사드에 민감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 인상 요구와 일본의 무례한 외교 태도에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이 사드 문제로 또다시 경제적 압박을 가해 올 경우 기댈 언덕이 없다. 도움을 주는 우방 하나 없이 고립무원의 우리 외교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처럼 사면초가 상황이 닥칠지라도 정부는 더 이상 중국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상대적 약소국이지만 자주국가로서 외교는 당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미·일·중에 다양한 우호적인 채널을 만들어 국제적인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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