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별, 그리드의 시간들展' 백미헤 작가 인터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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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8   |  발행일 2020-02-19 제21면   |  수정 2020-02-19
"사적인 일상에서 그림과 시가 나온다"
백미혜
백미혜
백미혜(5)_그리드
백미혜 '그리드'

삶은 미궁과 같아 난해하게 얽혀있기 마련이다. 그 막막한 삶의 미궁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이라는 열쇠 뿐이다. 그렇게 삶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다 보면 꽃도 피고 별도 뜨는 법이다.
그 삶의 시간을 작가 백미혜는 시와 그림으로써 감당해왔다. 2020년 수성아트피아 기획전으로 마련된 '꽃, 별, 그리드의 시간들'전은 예술의 힘으로 삶의 마디를 끊고 치유하며 살아온 작가 백미혜의 삶의 시간,예술의 시간에 관한 전시다. 22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는 백씨의 작업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여준다. 1982년 첫 개인전 '땅따먹기 놀이에서'(1982~1987)를 시작으로 '미궁의 시간'(1988~1993) '꽃피는 시간'(1994~2001) '별의 집에서'(2002~2009) '격자 시 -그리드' (2010~ 2019)등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나의 작업은 아주 개인적인 동기에 따라 이뤄져왔다. 봉준호 식으로 말하자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할까. 개인의 체험이 작업의 진정성을 획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의 출발은 자기 자신으로부터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적인 일상에서 그림과 시가 나온다. 지금까지 내 작업의 주제는 크게 5번 정도 바뀌었는데 모두 개인사와 관련된 변화들이었다."

첫 전시를 갖고, 독일 유학을 다녀오고, 가족이 생기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삶의 변곡점마다 작품의 주제와 표현 방식은 달라졌다.
철없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때부터 미궁의 시간 속에서 헤매고 아름답게 꽃피는 시간을 즐기다 하늘의 시간을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작업들이 일관되게 탐색해 온 것은 시간의 층위다.

"꽃과 별 등을 주제로 작업을 해 왔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주제다. 꽃이 피는 시간, 별이 뜨는 시간. 꽃이 땅과 몸의 시간이라면 별은 영혼과 하늘의 세계다. 15년 정도 꽃피는 시간으로 작업을 하다가 캔버스 자체를 우주처럼 둥글게 만들고 별의 집이라 이름 붙였다."

2010년부터 시작한 '격자 시 - 그리드' 작업은 그녀가 지속해 온 시간과 삶의 관계에 깊이를 더한 작업이다. 시집 잘라 붙이기와 색 테이프의 교차, 테이핑을 통한 지우기 등으로 사라지며 겹치고 또 축척 되는 시간의 무상한 틈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간의 교차, 글과 그림의 교차, 시인과 화가의 교차 등으로 대표되는 그리드 작업이 자신의 회화를 더욱 깊이 있게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돌아보면 가장 왕성한 작업을 했던 시기인 '꽃피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업의 규모도 크고 붓질도 강했다. 정신없이 빠져서 작업했던 시절이었다. 그 큰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전시장을 가득 채웠을 때가 지금도 생각난다. 이번 전시가 그런 지난 시간을 다시 곱씹어보고 정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자기 삶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보여준다. 정직하게 삶과 더불어 작업을 해 온 지난 시간을 보여주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작가가 보여주는 다양한 시간의 층위 속에서 우리는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내 삶의 시간 들은 과연 어떠하였는가. 삶의 미궁에서 빠져나와 꽃이 피고 별이 뜨는가.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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