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차이를 대하는 자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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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8   |  발행일 2020-02-18 제30면   |  수정 2020-02-18
美대선 민주당 경선레이스
성소수자인 부티지지 돌풍
성전환 부사관·숙대 합격생
한국은 '다름' 이유 배척 대조
편견없이 다양성 수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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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우리의 선거법과 달리 미국은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이 없다. 많은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준비를 했고, 지난 2월5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했다. 큰 이변이 없으면 공화당 후보는 현직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선 매치업을 결정짓는 민주당 경선이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더 받고 있다. 첫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피트 부티지지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부티지지는 11일에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샌더스 후보 다음인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샌더스가 이웃 주인 버몬트의 상원의원임을 고려한다면 부티지지의 선전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부티지지 후보는 독특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만 38세의 아주 젊은 후보인 그는 29세에 사우스벤드시의 시장이 되었다.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7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엘리트이고, 시장 임기 중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참전군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을 끄는 배경은 합법적으로 동성의 배우자가 있는 커밍아웃한 게이 대통령 후보라는 점이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부티지지 후보만큼이나 놀라운 사실은 이를 받아들이는 미국이라는 사회이다. 우리의 관점으로는 그를 향한 비판이 소수자 문제에 한정될 것 같지만, 미국사회는 대체적으로 개인적인 배경에는 왈가왈부하지 않고 대신 상대적으로 적은 그의 정치적 경험을 약점으로 평가한다. 소수자 대통령 후보, 그리고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회.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군 부사관에게 강제 전역 결정이 내려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2월 초에는 성전환 수술을 한 학생이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하고 입학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육군 부사관과 숙명여대 학생 모두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적 가치 사이에서 논쟁이 생겼고, 한국 사회는 이 문제로 분열되었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나와 유사한 생김, 유사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과 동일한 교육시스템 안에서 성장한다. 그러한 환경은 우리에게서 다양성 학습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 만약 주변에 게이 친구가 있다면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기사가 포털에 넘쳐난다. 국민들은 여전히 반반으로 갈라져 이념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미워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생각이 '다르다'는 그 자체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르다'는 '틀리다'가 아니기에 가치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차이를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경제, 문화 선진국에 어울리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영화계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영화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 행복한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통해왔던 아카데미도 다양성을 품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로 영어 대사로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영화가 가장 큰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편견없는 사고가 사회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눈치챘다면, 우리는 보다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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