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인사말만 알고 한국으로 시집…이젠 요리대회서도 상받는 실력파

  • 최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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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9   |  발행일 2020-02-19 제13면   |  수정 2020-02-19
■ 베트남에서 온 경산 박예진씨
말 서툴땐 운전면허도 11번 시험
"장애인 딸 크면 함께 카페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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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15년차 박예진씨와 둘째딸 곽인아양. <박예진씨 제공>

한국 생활 15년 차인 박예진씨(여·33·경산 남방동). 열세 살·아홉 살 난 두 딸을 두고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마이탄빛튀. 베트남 출신이다.

지금은 능숙하게 한국말을 하지만, 국제결혼으로 베트남에서 한국에 올 때 그녀가 할 줄 아는 한국말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간단한 인사말 정도였다. 그녀는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첫째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남편이 퇴근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시간, 애틋한 고향 생각,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

동네 지인의 다문화센터 소개와 빨리 한국어를 배우라는 시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는 발음과 받침이 어려웠고, 한국말을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실수담은 "안녕히 가세요"를 "안녕히 까세요"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13년 전 그녀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한국 이름을 지어야 할 때였다. 남편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고 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딸들도 아빠를 좋아하고, 남편도 '딸바보'라며 웃었다.

첫째 딸이 돌이 됐을 무렵, 딸이 지체 장애 진단을 받았다. 박예진씨는 딸을 업고 언어 치료와 물리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주일에 두 번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아이와 편하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운전면허증 취득에 도전했다. 당시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11번의 도전 끝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그녀의 정성과 꾸준한 치료 덕분에 딸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코리아 아그리컬처 푸드쇼 2015(Korea Agriculture Food Show 2015)에서 '엄마돼지 잡채'라는 요리로 2등을 할 정도로 요리를 좋아하는 그녀는 잡채와 미역국, 김밥을 좋아하고 잘 만든다. 아이들도 엄마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 둘째가 동네 어르신에게 "쌀국수 먹어봤어요? 얼마나 맛있다고요. 한번 먹어보세요"라는 말을 할 정도로 두 딸은 베트남과 쌀국수를 좋아한다. 그녀는 친정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늘 그립고, 출산했을 때 친정이 가장 그리웠다고 했다.

그녀는 가족과 포도 농사를 하며,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농한기에는 도시락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외국인 엄마라고 친구들에게 놀림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이 없이 밝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바람은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당당하고 능력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이다. 박씨는 "장애가 있는 딸이 어른이 됐을 때 같이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미희 시민기자 sopi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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