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엔 불교 담겨…연구소 운영으로 건강식 보급"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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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9   |  발행일 2020-02-19 제13면   |  수정 2020-02-19
■ 성주 금봉사 주지 묵신스님
"음식은 나누기 위해 배우는 것
절밥으로 사람들과 소통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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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금봉사 주지 묵신스님이 사찰음식 강좌 수강생들에게 양념장 제조법을 시연하고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계절에 맞게 만드는 것이 사찰음식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음식이 될 것이고, 아픈 이에게는 좋은 약이 되는 음식이며, 배고픈 이에게는 가슴까지 따뜻한 음식입니다."

성주 금봉사 주지 묵신 스님은 10여년째 사찰음식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건강식 보급에 힘쓰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날에는 고소함과 풍미가 일품인 배추전을, 봄소식이 전해지면 봄 향기 가득한 쑥 수제비를 요리한다. 스님이 특히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음식은 나물밥이다. 음식에도 불교가 담겨 있다는 스님은 나물비빔밥에는 '화합'이 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요새 초파일에 나물밥을 하는 사찰이 드물다며 아쉬워했다.

스님은 사찰음식 강좌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정월 대보름날 특별히 추천하는 음식이 있다. 묵나물을 이용한 호박고지와 건가지, 뽕잎나물, 곤드레, 취나물 등을 볶아 삼색 밀쌈에 한입 크게 싸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것. 수강생들은 "스님이 비트 가루로 분홍색을 내고 봄나물로 초록색을 내는데, 자연의 색과 맛을 차려내면 먹기 아까울 지경이다. 스님의 요리는 예술과도 같다"고 입을 모았다.

묵신 스님이 절에 들어온 것은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다. 당시 아무것도 할 줄 몰라 큰스님으로부터 많이 야단 맞았다. 이불 홑청 꿰매기, 큰스님 상차리기, 콩나물 키우기 등 행자 시절을 호되게 보내면서 사찰음식을 배웠다. 스님은 "콩나물 다듬는 날에는 콩나물의 잔발(뿌리에 덧붙은 잘고 가는 뿌리)을 따로 쪄서 쌈을 싸서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이라 콩나물 대가리 하나라도 하수구에 내려가면 혼쭐이 났다"고 회고했다.

묵신 스님은 다행히 요리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은사 스님에게 배운 사찰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요리법을 주변에 전하기 위해 사찰음식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2년 전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가 자궁암과 유방암을 동시에 진단 받았다. 연구소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은 아픈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플 때 밑반찬 몇 가지와 따뜻한 국 한 그릇은 무엇보다 도움이 된다며 음식은 나누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젊은 나이에 겪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내가 아파 보니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라며 "암 환자들은 무조건 잘 먹어야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묵신 스님은 자신이 아플 때 도반 스님과 신도들에게서 받은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자 사찰음식 강좌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절밥이 맛있더라'는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주고 싶다"며 "사찰음식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모습을 보며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스님은 오늘도 사찰음식을 대하면서 가장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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