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코로나19와 대구의 2월

  • 박진관
  • |
  • 입력 2020-02-20   |  발행일 2020-02-20 제31면   |  수정 2020-02-20

2020022001000790900032571
박진관 체육부장

대구는 2월과 인연이 많다. 올해도 어김없다. 지난 10일 대구출신 봉준호 영화감독이 큰일(?)을 내더니 결국 대구지하철대참사가 발생했던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경북에서 처음 나왔다. 19일에는 대구 15명, 경북 3명의 확진자가 보태져 대구가 올 2월을 '어떻게 잘 넘기는가'가 큰 숙제가 됐다.

21일 처음 공식적으로 열려고 했던 대구시민의 날 기념식도 코로나19 때문에 전격 취소됐다. 6년전 '대구는 2월이다'란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국채보상운동(21일)과 2·28민주운동을 거명하며 대구시민의 날을 10월8일에서 2월21일 또는 28일로 정하자는 주장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안타깝다.

코로나19는 취재 약속도 펑크내버렸다. 19일 프로축구 대구FC 신임 감독대행을 비롯한 선수단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었지만 대구 구단에서 연기를 통보했다. 대구FC는 중국 쿤밍 동계전지훈련 중 코로나19 때문에 일찍 한국으로 귀국했는데, 때마침 19일 대구에서 15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불안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대팍'에서 열릴 예정인 강원FC와의 개막전(29일) 개최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1946년에도 대구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창궐했다. 당시 영남일보 보도에 따르면 콜레라가 대구에서 발생해 7월말까지 770명이 사망했다고 나온다. 대구경북에서 쌀값 폭등으로 아사자가 속출한 데다 역병까지 번지자 다급한 미군정은 지금의 중국 우한처럼 대구출입을 봉쇄시켜 버렸다. 결국 그해 10월 대구시민이 광복 후 처음 전국에서 미군정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위는 전국으로 퍼졌고, 이듬해 제주 4·3과 여순항쟁으로 이어지면서 6·25의 비극을 맞았다. 이렇듯 전염병은 국가와 지역의 존망과도 연결된다. 역사적으로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등의 돌림병이 그랬다.

'대구의 2월'은 이제부터다. 대구시는 물론 대구시민이 코로나19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대구를 치면 '대구 코로나' '대구 확진자' '대구 신천지'란 단어가 동시에 뜬다.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대구는 제2의 우한'이다. 전면 봉쇄해야 한다"느니 "코로나 소굴 대구, 전염병도 화끈하네. 대구를 다녀간 사람이나 접촉자를 격리시켜라"고 하는 등 비아냥하거나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막 나가다간 '대구 사람 출입금지'라는 팻말도 곧 나올 판이다. 앞으로 가짜뉴스가 대구에서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질병의 통제를 어렵게 할 뿐이다.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건 혐오와 차별,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사랑이다. 천안과 아산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 정신이 필요한 것이지, 일본 크루즈선과 같은 봉쇄정책은 능사가 아니다. '병은 널리 소문을 내어야 빨리 낫는다'고 했다. 정확한 정보공개로 추가 확진자 확산을 막아야 한다.

한편으론 31번 환자와 같이 공동체 정신을 망각하는 시민이 있어선 안 된다. 의료진이 권한 진단검사도 2번이나 거절하고 폐렴 증세가 있다면서 결혼식장이나 예배당 같은 공공장소를 활보했다니 아연할 수밖에 없다. 개인위생은 물론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하지만 과도한 두려움도 금물이다. 지금까지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건 그나마 다행 아닌가. 2020년 '대구의 2월'은 대구시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렸다. 코로나19여, 훠이 물렀거라!
박진관 체육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