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다시친문당, 도로새누리당, 어게인국민의당

  • 이재윤
  • |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23면   |  수정 2020-02-21

2020022001000845300034951

4년 내내 싸우더니만 손발 맞출 데가 어디 없어 이런 일에 죽이 맞았는가. 귀소본능(歸巢本能)을 확인한 것은 20대 국회 슬픈 결말이다. 다시 친문당, 도로 새누리당, 어게인 국민의당.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옛집으로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의 개혁공천은 말뿐이었다. 컷오프 의원 수는 한 손에 꼽힌다. '86당' '친문당'으로 능청스럽게 복귀하고 있다. 물러나는 '586' 없고, 청(靑)출신 친문 진용이 더 세졌다. 민주당 최대 적(敵)은 민주당임이 분명하다. 내부의 적, 그 실체는 '오만(傲慢)'이다. 오만은 비판을 거부하고, 자기혁신에 등 돌리고, 소통을 가로막고, 친구조차 내친다. '팬덤'의 거친 주장만 난무한다. 모두 반민주적 행태다. 기가 찬 것은 그다음이다. 오만조차 '정의'란 이름으로 포장한다. 이낙연 전 총리가 고개 숙였다.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겸손은 천하를 얻는 밑천이지만, 오만은 오던 천하도 돌려세운다. 이해찬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이낙연·김부겸 같은 새 얼굴로 선거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내부비판을 당장 실행하는 게 최소한의 조치다. '이러다 망한다'는 위기감 없으면 진짜 망하는 지점까지 와 있다.

자유한국당은 도로 새누리당의 누더기를 걸쳤다. 미래통합당? 이런 지향점 없는 당명이 어디 있나. '혁신 없는 통합'임을 자인한 꼴이다. 보수 재건의 환골탈태라기보다 총선용 대증요법이다. 무릎 꿇고 눈물 흘리던 때가 엊그제다. 눈물은 마르는 즉시 시효를 다하는가. 문패만 살짝 바꾼다고 새집 아니다. 화장(化粧) 고친 '핑크 새누리당'에 진배없다. 친박은 부활할 것이고 탄핵의 화살은 살이 떠난 지점을 향할 것이다. 이들의 부활은 낭자한 앙갚음을 예고한다. 안철수는 (과한 듯하지만) '내전(內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긴급 피난처로 '옛집'을 선택한 것에서 몸속 깊이 인(印) 박힌 회귀본능을 확인한다. '이승만-박정희-박근혜'의 정신과 혼백 서린 마을 어귀 당산목 시원한 그늘에 누워 쏜살같은 시대흐름을 체감치 못하고 있다.

안철수도 돌고 돌아 옛집으로 복귀했다. 국민의당. 이름조차 4년 전 그대로다. 그때도 '중도'에 진(陣) 쳤지만 실은 반문(反文) 욕심이 강했다. 이번엔 중도 이념에 굳건히 발 디딘 듯하다. 이 조그만 '차이'가 무엇을 만들어낼지 지켜봐야겠다. 안철수 아닌 중도 장삼이사도 따로 뭉쳤다. 그 뻔뻔함은 '친박 부활'에 버금간다. 우리 정치사에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지역갈등'이다. 그 적폐에 기대어 호가호위하던 시절이 그리웠던가. '호남당'이란 달콤한 유혹에 존엄한 명분을 팽개쳤다. 유승민? '따뜻한 보수'라는 멋진 꿈을 꿨다. 실패했다. 그리고 두문불출. 결단 앞 침잠이다. 뛰쳐나온 옛집으로 돌아갈까, 정든 식구들 배웅하며 배거본드의 먼 여정에 나설까. 미래통합당 출범식에 불참한 유승민, 그의 다음 행보는 총선 최대 변수 중 하나다. 화룡점정이 생략됐으니 '통합'은 미완이다. 유승민은 막 시작된 미래통합당의 컷오프 향방을 지켜볼 것이다.

어떻게 한결같이 옛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는가. 그 곳이 늘 향수에 젖게 하고, 안식을 주는, 언젠가 돌아갈 본향(本鄕)이었던가. 과거로의 회귀, 새 인물과 비전의 부재. 20대 국회의 종말적 뒷모습이다. 유종의 미는 기대조차 말자. 이런 정치의 구차한 연명을 위해 국민과 국가는 너무 오래 인내했다. 딱 두 달 남은 총선. 정치는 언제쯤 우리를 위로할 것인가.

논설실장

오피니언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