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비상사태, 방역기관에만 의존할 시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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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23면   |  수정 2020-02-21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추가 확진자가 수십 명에 이른다. 지역 전체가 패닉 상태다.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시는 코로나19 재난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긴급 브리핑에서 "대구가 이미 지역사회 감염확산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라며 음압병실 확충, 역학 조사 인력 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같은 날 대구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도 정부 차원의 행정·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확진자의 다수가 대구 첫 감염자인 31번 확진자가 다닌 신천지 대구교회를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회에 대한 방역 당국의 전수조사에서 신자 1천1명 중 90명이 의심 증상이 있다고 답해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대구시는 확진자를 격리 치료할 음압병실이 크게 부족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대구엔 48개 음압병실이 있지만, 확산 추세로 봐선 병실이 태부족할 게 뻔하다. 일반병실의 음압병실 전환 등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학병원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되면서 응급환자 진료 공백도 우려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무조건 응급실을 폐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응급실 폐쇄에 대한 지침을 수정하는 등 특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조언도 새겨들어야 한다.

시는 전 행정력을 동원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지만 고전 중이다. 특히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해 집중 관리하는 일만도 만만찮다. 31번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를 상대로 검사를 강화하고 환자 동선 주변 방역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31번 확진자와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시스템 미비로 애를 먹고 있다. 지역엔 역학 조사인력이 공중보건의 1명, 관련 교육을 이수한 공무원 2명뿐이다. 이들로는 급증하는 확진자 이동 동선 추적 조사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역학조사 인력 지원 또한 급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다급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통화를 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중앙과 지방, 학교와 지자체·보건기관·병원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대구시와 중앙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비상사태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데는 시·도민의 합심된 노력이 절실하다. 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상황에 따라선 초·중·고의 개학도 연기될 것이다.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평하고, 방역기관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코로나 확산 정도가 방역기관에만 의존할 단계는 지났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관의 방역 대책보다 훨씬 중요한 시점이 됐다. 똘똘 뭉쳐야만 총체적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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