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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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42면   |  수정 2020-02-21
사고뭉치 양 '숀'과 꼬마 외계인 '룰라'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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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한적한 시골 농장의 사고뭉치 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양떼 친구들과 기발한 계획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낮동안의 재미난 소동극이 양치기견 비처의 방해로 절반의 성공에 그치자 숀은 저녁에 몰래 피자를 시켜먹기로 한다. 한편, 호기심 많은 꼬마 외계인 룰라가 1만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길을 잃고 지구에 불시착한다. 피자 배달부의 오토바이에 우연히 탑승한 룰라는 숀과 운명의 만남을 갖는다. 숀은 친구가 된 룰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그를 위해 집을 찾아 주기로 한다.

'월레스와 그로밋'(1992), '치킨 런'(2000)의 아드만 스튜디오가 '숀더쉽 더 무비: 꼬마 외계인 룰라!'(이하 '숀더쉽 더 무비')로 국내팬을 찾았다. 숀을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숀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작품이다. '숀더쉽 더 무비'는 점성이 있는 점토 재료로 캐릭터 형상을 만든 뒤, 메커닉 장치로 움직임을 부여해 한 장면 한 장면 촬영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이 작업방식은 특성상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그만큼 스태프에게는 끈기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3D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요즘, 여전히 수작업으로 캐릭터를 빚어내고 있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열정과 고집은 그래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

'숀더쉽' 시리즈는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음악으로 감정과 의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무성영화를 연상시킨다. 유머를 베이스로 깔고,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생동감을 능숙하게 버무렸다. 교훈과 감동에 연연하지 않는 영화적 접근은 그대로다. 대신 슬랩스틱 코미디로 두눈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지향점은 더욱 뚜렷해졌다. 시종 펼쳐지는 이 소동극에서의 대사의 부재를 한층 강화된 슬랩스틱 코미디와 음악이 채웠다.

'숀더쉽 더 무비'는 일련의 위기를 겪고 농장으로 돌아온 농장 주인 파머와 양들과의 우정을 다룬 전작 '숀더쉽'의 연장선에서 이를 좀 더 장르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파머가 UFO와 관련한 사업으로 돈을 버는데 치중하는 사이, 숀과 비처 등은 UFO를 조사하러 온 에이전트 레드로부터 룰라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고전 SF 영화의 오마주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가령, 타버린 토스트 한 조각이 토스터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지구에 우연히 찾아온 꼬마 외계인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이 우정을 쌓게 된다는 이야기는 'E.T.'(1984)를 떠올리게 한다.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서사를 진행시켜나가는 이야기작법은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무엇보다 촉각을 자극할 정도의 생생한 질감을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점토 캐릭터들은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숀더쉽 더 무비'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고집스러운 작업방식이 왜 현재에도 유효한지를 여실히 증명해준다.(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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