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코로나19와 지석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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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4   |  발행일 2020-02-24 제31면   |  수정 2020-02-24

가장 오래된 역병의 기록은 기원전 430년 고대 그리스 아테네 전염병이라고 한다. 당시 짧은 기간 아테네를 덮친 역병은 4년 뒤 기원전 427년 겨울에도 인구의 30%를 삼켜 죽음의 도시로 몰고 갔다. 문헌에는 아테네 전염병으로 기록했으나 구체적인 병명은 2천4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역병 사례가 수없이 많다. 조선시대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역병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문헌이 있다. 당시 제주도까지 창궐한 역병은 호열자, 괴질, 염병, 두창(천연두) 등으로 불렸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호열자다 .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고통'이라는 뜻으로 지금의 콜레라와 유사하다. 조선왕조실록에 79차례나 등장하는 역병은 17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 무려 200년간 유행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감염률·치사율이 동시에 높아 한반도에서 가장 무서웠던 역병은 천연두다. 1880년 사설 우두국을 세워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 선생(1855~1935)의 피나는 노력으로 천연두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1977년 10월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환자를 마지막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천연두 공식 박멸을 선언했다. 

현대판 역병 코로나19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인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고 가는 코로나19는 세계경제에 치명적 영향과 사회·심리적으로 엄청난 상흔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터로 나서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마음속의 상흔이 역력하다. 모두가 지석영 선생처럼 헌신적이지 못하는 정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지구상에서 수천 년을 이어온 역병을 더 연구하고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송촌(松村) 지석영 선생이 그립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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