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형병원 응급실 포화 사태 장기화...일부 중증환자 타권역으로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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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16:29  |  수정 2020-02-22 07:27  |  발행일 2020-02-22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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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대구 동구 파티마병원 응급실. 응급 환자들이 후송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찾은 동구 파티마병원 응급실 옆 대기실. 7명의 내원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호자 A씨는 "어머니가 원래 심장이 안 좋으신데, 아침부터 가슴 쪽이 아프다고 하셔서 바로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를 받는 응급실이 없어서 찾다가 택시를 타고 급히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응급실 현황판에는 '재원환자 수 44명, 혼잡도(응급실의 전체 병상 대비 가용 병상 수) 126%'로 표시돼 있었다. 치료 병상이 부족으로 곧바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대기를 해야한다는 뜻이다. 잠시 후 구급차로 한 환자가 이송됐다. 의료진은 바로 응급실 안으로 환자를 들이지 않았고 먼저 체온, 방문력, 호흡기 증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21일 다시 찾은 파티마병원. 전날에 비해 응급실 진입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전날까지 본원 건물 진입 시에만 문진표를 작성하면 됐지만, 이날부터 응급실로 가는 이들도 의무적으로 문진표를 써야했다. 응급실 입구에는 이미 구급차 2대가 서 있었고,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환자를 맞고 있었다. 내부로 접근하려 했지만, 병원측은 현재 보호자 1인과 환자 외에는 입장이 제한된다며 양해를 구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의심되는 환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현재 과중한 업무로 인해 의료진도 힘들어하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응급실이 지역 내 몇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마저 폐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 폐쇄가 길어지면서, 운영 중인 일부 응급실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대구 내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13곳 가운데 8곳(61%)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폐쇄되지 않은 대형병원 파티마병원의 경우 응급실 포화지수(병상 수 대비 환자 수)가 160%까지 치솟았다. 계명대 동산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역시 각각 121%, 119%로 환자 정원이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북대·영남대·대구가톨릭 등 상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이 마비됨에 따라, 중증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영남일보 2월20일자 2면 보도>이 제기돼 왔다.

대구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환자가 다른 지역을 찾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에 위치한 A 대학병원에 대구에서 온 응급차가 도착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환자가 민간이송단을 통해, 지역 경계를 넘은 것. 해당 병원은 코로나 19 감염 검사를 진행한 뒤 진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병원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오는 환자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감염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응급실 폐쇄 후 재가동을 위해서는 우선 소독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사실 빠르면 하루 만에 완료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응급실 의료진의 상당수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응급실 운영을 재개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 19가 급속히 번지는 상황에도 응급 환자는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못 살리는 상황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역 응급의학과 한 교수는 "몇 안 되는 대학병원의 장기간 폐쇄는 응급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응급의료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진료, 검진 기능을 분담하고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고 강조했다.
글·사진=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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