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연기.취소...코로나19 탓에 예비 신혼부부들도 피해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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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18:41  |  수정 2020-02-22 08:58  |  발행일 2020-02-22 제6면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결혼식 자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뿐더러, 결혼식장에는 '결혼식 규모를 줄여달라'는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

22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씨(여·31·수성구 고산동)는 기존 300명 정도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던 결혼식을,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끼리만 함께하는 '스몰웨딩'으로 바꿨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대로 예식을 진행하기엔 리스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A씨는 "1년을 꼬박 준비한 예식이 물거품이 되는 듯해, 며칠을 눈물바람으로 보냈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주변엔 결혼식 날짜 자체를 뒤로 미루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주은씨(여·40·동구 방촌동)는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당장 23일이었는데, 식을 취소했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다"고 했고, 정모씨(29)는 "22일 수성구 한 호텔에서 예정돼 있었던 지인의 결혼식이 5월달로 연기됐다고 한다"고 했다.

21일 대구경북지역 결혼준비 카페 등 커뮤니티에도 "주말 결혼식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못 온다는 연락이 온다. 부모님도 친인척들에게 (결혼식에) 오지말라 연락을 돌렸다고 한다"며 "텅텅 빈 예식이 될 것 같은데, 이럴 거면 결혼식을 왜 올리나 싶다" "역병 앞에서 지인들에게 무조건 오라 말할 수도 없지 않나. 위약금 무서워 미루지도 못하고 그냥 결혼날짜에 떠밀려가는 느낌이다" "위약금 계산하니 1천만원이라, 어쩔 수 없이 펑펑 울면서 결혼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역 결혼식장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 삼덕동에 위치한 라온컨벤션 관계자는 "예상 하객 수를 뜻하는 '지불보증인원'이 보통 250~300명 정도가 돼야 채산성이 맞는데, 혼주들이 '하객들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며 '100명 이상 줄여달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되면 예식장으로선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다른 사유도 아니고,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결혼식을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을 받아야 하는 예식장으로서도 마음이 안 좋다. 또 결혼식을 연기하게 되면, 그것 역시 식장에서 날짜를 하루 더 비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중고가 있다"며 "3월 중순으로 결혼식 날짜를 잡은 부부들까지 현재 취소·연기 등에 대해 말이 나오고 있는 상탠데, 그들의생각과 예식장의 입장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조금은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전했다. 다른 결혼식장 관계자들도 "내부사정을 원칙상 말할 수는 없지만, 취소나 연기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혼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A씨는 취소 수수료도 막대하게 들고, 한번 뿐인 추억을 날리기도 힘든 탓에 예정대로 '괌'으로 떠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커뮤니티 등에선 "주변인들이 다들 안 갔으면 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고민이다" 라는 반응 등이 이어졌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재 허니문을 비롯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지난달엔, 작년 동월보다 예약이 절반정도 수준이었는데, 2월 들어선 전년 대비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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