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코로나? 재난 악용 지역주의 언동에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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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4   |  발행일 2020-02-24 제31면   |  수정 2020-02-24

정부가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을 가동해 대구경북 지역사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로 했다는 22일 보도자료에서 제목을 '대구 코로나19'로 표기했다가 반발이 나오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렇다고 불쾌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이 중국 혐오를 조장한다며 '코로나19'로 부르도록 홍보해 놓고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에는 그렇게 둔감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등의 용어가 SNS에서 퍼지면서 지역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 정부의 책임을 어찌 면할 수 있겠는가.

권영진 대구시장도 23일 브리핑에서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용어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권 시장은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라면서 "확진자로 확인된 분들은 대구에 여행 온 것이 아니라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나 신도들의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민들은 모두 힘들고 두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련 중에서도 이웃과 아픔을 함께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다. 그래서 권 시장이 "시장을 욕할지언정 대구시민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대구의 아픔과 시민의 어려움을 정쟁이나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정치인들은 마땅히 귀 기울여야 한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 역시 '대구 폐렴'이란 말을 쓰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대구가 미증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일부 매체나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대구 폐렴' 'TK 폐렴'이라는 말"이라면서 "특정 지역에 편견을 갖다 붙여 차별하고 냉대하는 게 지역주의다. '대구 폐렴'이라는 말에는 지역주의 냄새가 묻어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상황에서 고개를 쳐든 지역주의 언동(言動)과 정치 선동은 코로나만큼이나 해악성 강한 바이러스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대안 제시와 따뜻한 동포애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정쟁 몰이와 무책임한 언사는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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