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가 함께할 긍정의 기운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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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4   |  발행일 2020-02-24 제29면   |  수정 2020-02-24

박신한청장사진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

보훈은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국가적 노력으로 과거의 애국에 대한 보답이자 미래의 애국에 대한 약속이다.

이러한 보훈의 의미로 볼 때 2020년,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봉오동·청산리 전투 승리 100주년, 6·25전쟁 70주년, 4·19의거 60주년, 5·18민주운동 40주년의 해로 나라를 되찾고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바로 세운 독립, 호국, 민주라는 애국의 가치가 함께 어우러진 특별하고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3·1절부터 시작하여 4·19, 5·18, 6·25를 거쳐 8·15로 이어지는 역사적 기념일을 통해 나라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러나 4·19의 기폭제가 되었던 대구 학생들의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 201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부터는 매년 나라 사랑의 메아리가 2·28민주운동 기념일과 함께 대구에서부터 시작되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더욱이 대구시는 올해부터 시민의 날을 10월8일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21일로 변경했고 그날부터 2·28민주운동 기념일까지 시민주간 동안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국가보훈처에서도 2·28민주운동 60주년에 걸맞게 국민과 함께하는 뜻깊은 정부 기념식을 준비했으나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러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역사의 물꼬를 터 왔던 대구경북의 애국적 기운이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과 함께 매몰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쉽기 그지없다.

2·28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걱정과 긴장의 지역 분위기 속에서 문득, 이 나라 근현대사에 있어서 대구경북의 역할에 대해 생각한다.

온갖 고초와 핍박을 이겨낸 독립투사들의 한없는 헌신, 북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낙동강 전선에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고귀한 희생, 독재정권하에서 기성세대는 체념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때 분연히 일어났던 어린 학생들의 용기있는 외침, 이것이 바로 대구경북에 이어져 내려온 나라 사랑의 기운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분간 우리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이 그 후유증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이번 2·28 민주운동 60주년을 계기로 항상 대의를 우선시했던 대구경북의 기운이 다시 생겨났으면 한다. 그 기운이 먼저 위축된 시민들의 자신감을 세우고 나아가 위기극복과 국민통합의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나라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원한다.

처절했던 가난과 고난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애국이라는 것이 결코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태극기 게양 잘 하고 교통질서를 준수하는 등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이행하는것도 애국의 작은 실천이다.

그렇다.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 19를 차단하기 위해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서로 위로와 격려로 함께 하는 것 또한 분명 애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제 2월 하순,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봄은 늘 남쪽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위기 극복의 기운 또한 대구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긍정의 바이러스를 곳곳으로 옮기는 일에 적극 나서자.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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