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못한 식자재 나눠주고, 외출자제권고 준수...코로나 사태에 빛나는 대구 시민의식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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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3   |  발행일 2020-02-24 제9면   |  수정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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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맛집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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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맛집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구시의 외출자제 권고에 발맞춰 틈날때 생필품 집중구매에 나서는가 하면 팔지못한 식자재를 필요한 시민에게 나눠주는 외식업계도 등장했다.

"사재기 수준은 아닙니다." 23일 대구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 직원의 말이다. 평소보다 손님이 많지만, 다른 사람들이 사지 못할 정도로 물건을 싹쓸이하는 고객은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무더기 확진으로 비상이 걸린 대구에서 '사재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대형마트에선 소란이 없다. 주부 권모씨(53)는 "일각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렸는데, 막상 직접 와보니 사재기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지레 짐작으로 대구시민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생필품이 평상시보다 많이 팔리는 것은 틀림없다. 특히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다. 다만, 마스크는 대구에서만 구하기 힘든 게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코스트코 대구지점에 확인한 결과 지난 21일 마스크는 매장 개점 후 3시간만에 품절됐고, 마스크 코너를 손 세정제 코너로 급하게 변경하기도 했다. 코스트코 대구지점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회원카드 1개당 마스크 1상자로 구매 수량을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


박모씨(여·41)는 "요즘 마스크가 없으면 외출을 못 할 정도로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음 주에 가족들이 쓸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큰일이다"라고 한숨을 짓기도 했다.

쌀, 라면, 휴지 등의 생필품 코너 역시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제품의 순환도 빨랐다. 일부 손님들은 불안감 때문인지 대량으로 구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 코스트코 대구지점 뿐아니라 대구지역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마스크는 물론 생필품의 매출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모씨는 "대구시에서 외출 자제를 당부하다보니 아무래도 집에서 해먹는 일이 많을 것 같아 평소보다 조금 많이 사기는 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심정 아니겠느냐. 그래도 사재기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대구맛집일보' 페이지. 이 페이지는 본래, 대구의 여러 맛집과 음식들을 소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대구지역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서도, 재료소진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자, 목적이 한 가지 추가됐다.

이 페이지 관리자 하근홍씨(38)가 지난 21일 "많은 업체들이 매출도 매출이지만, 가진 식재료도 소비를 못해 이중 손해를 보고 있다. 대형마트 식재료는 동이 나는데, 식당 냉장고엔 식자재가 가득하다"며 "도움이 필요한 업주들은 메시지 주면, 음식이 필요한 분께 노출될 수 있게 하겠다"는 글을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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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맛집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후 이 페이지엔 22~23일 이틀간 "범어동 국수매장에 아직 판매하지 않은 쌀국수 50여인분이 있는데, 이를 사장님이 할인된 가격으로 직접 배송해주신다 한다" "종로와 범어동에 모츠나베 식재료가 많다. 싼 가격에 양은 50% 늘려 포장판매한다" 등 많은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또 "정가로 드리고 사겠다" "좋은 일 한다. 어려울 때 다 같이 도울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 아닐까. 함께하면 더 빨리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호응하는 시민들도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노출이 된 일부 가게들에선 음식이나 식재료가 소진되고 있다. 이 페이지 홍보를 통해 재고가 한 시간 만에 소진됐다는 한 디저트카페 사장은 댓글을 통해, "발 벗고 나서 행동해주신 관리자님과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매장으로 전화가 폭주해, 모든 전화를 받지 못해 죄송하다. 사태가 진정되고 다시 활기찬 대구가 될 때, (어려울 때) 찾아주신 시민들을 위한 깜짝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게다가, 한 업주는 "마스크를 들고 오면 마스크 3개당 양지쌀국수나 새우게살볶음밥을 준다"며 "모인 마스크는 주신 분들 성함으로 모두 대구시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씨는 "이모가 식당을 하시는데, 월세와 인건비에 힘이 빠지고, 돈을 지불하고 준비한 식자재를 고스란히 버려야 하는 상황에 업주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마지막 희망만은 버리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 돈은 벌지 못 할지라도 버틸 수라도 있게, 월세라도 낼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오주석 수습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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