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文, 차라리 침묵하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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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4   |  발행일 2020-02-24 제30면   |  수정 2020-02-24
권시장 "정치인 침묵하라"
코로나에 밑천드러난 정권
자질부족으로 불신과 야유
기생충 제작진 오찬강행은
국민향한 배려심마저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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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민들이 우한 코로나 사태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데, 4·15 총선 국면에서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필자는 "차라리 대통령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첫째, 대통령은 정치인과 달라서 말을 앞세워선 안 된다. 그러면 국민 신뢰가 무너진다. 둘째, 대통령은 정치인과 달라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란 상징성을 뒤로하고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 그러면 국민의 야유를 받는다. 셋째, 대통령은 정치인과 달라서 국민 생명과 국가 이익을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그걸 안 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이 세 가지를 다 보여줬다. 위기관리 능력, 리더십, 국민 배려심 모두 밑천을 드러냈다.

첫째, 국민 신뢰를 잃었다. 사태 초기부터 오락가락, 우왕좌왕했다. 보건당국에서 어느 장단에 맞출지 당황스러웠다. 국민이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했다가, 하루 이틀 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우한 코로나와 관련한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며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게 불과 열흘 전(2월13일)이다. 우한 코로나와 경제의 연관성을 말하며 "올 한 해 우리 경제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가 바로 다음 날 "위기상황이니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둘째, 국민의 야유를 받았다.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첫 사망자가 발표되면서 공포증이 국민을 덮친 날 부인과 함께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오찬을 하면서 파안대소했다.

셋째,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샀다.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시진핑은 각별하게 감사를 표했는데, 우리 정부가 중국인과 중국 방문자 전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양대 우방국인 북한과 러시아조차 자국민 보호를 위해 국경을 봉쇄했으니 상대적으로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런 통화 분위기를 탄 김에 미북, 남북대화 얘기도 곁들였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대통령이었다면 감사의 말을 듣기 위한 전화를 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진핑의 전화를 받아 ‘왜 과도한 조치를 취하느냐’는 항의를 들었어야 했다. 눈치를 보느라 중국 방문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대가로 지금 우리 국민이 여러 나라로부터 입국 금지를 당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란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처음부터 심각성을 깨닫고 보건당국과 경제라인의 의견을 귀담아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오락가락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라면 사태 초기부터 전문가에게 전권을 줘서 판단과 대응을 맡겼을 것이다. 예방의학박사인 전문가(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와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비전문가(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가 중국 여행자 입국 금지 등을 놓고 충돌하는데, 대체로 비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국민을 배려하는 대통령이라면 영화 제작진과의 오찬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을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대통령 부인이 영화에 나오는 음식을 대접한다며 유명 요리사 둘을 데리고 확진자가 다녀간 전통시장에서 장을 봤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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