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코로나19,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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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5   |  발행일 2020-02-25 제26면   |  수정 2020-02-25
일상생활이 두려운 이 시점
다중활동 자제 잘 협조하고
환자 음지몰이 해결 걸림돌
혐오와 비판 대상돼선 곤란
누구나 용의자 가능성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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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어수선한 시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위상을 높인 아카데미 4관왕 수상작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충이었다. 바이러스와 기생충은 모양, 크기가 달라도 둘 다 숙주에 기대어 산다는 공통점에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게 몇몇 정치인들이 기생하려던 무렵, 아이러니는 한 번 더 벌어진다. 그동안 '코로나 청정'에 대한 자만 어린 자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몇몇이 기대고자 했던 봉 감독의 출신지 대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확인하기도 두려울 수준으로 연일 경신하고 있다.

관습법과 국제조약에 의해 공통적으로 규정되는 국가의 의무를 단정적으로 명시하긴 어렵겠지만, 국가가 무엇보다 국민을 안전하게 책임지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이견이 없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발발 초기, 국내에서도 폭증하는 수요로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았던 상황에서 정부 관련 행정인력들은 삼고초려로 마스크회사에 발품까지 팔아가며 중국에 200여 만장의 마스크를 보냈다. 이 시점에서 '정말 중국은 마스크를 원했는지, 마스크 외에 다른 옵션은 없었는지'를 묻는다면 정부는 세금으로 집행한 이 일에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 하룻밤에 수십 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짜파구리' 파티를 따지는 것은 누구처럼 '완벽한 어휘 선택으로 기승전결 마무리'를 하기 위해 소모해야 할 내 에너지도 아깝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떠드는 지식인이여! 좀 솔직해지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며 누리꾼들의 '지역봉쇄론'뿐 아니라, 각종 전국 행사에 대구경북 출신은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요청까지 쇄도하는 가운데, 누가 누구에게 시민 의식이 성숙하고 미성숙함을 따질 수 있겠는가? 일상생활도 두렵다고 하는 국민 앞에서 성숙한 시민의식 언급이나 하는 것은 고상과 식상의 완벽한 조합으로 정답을 모를 때 말할 게 그것밖에 없나 싶은 초라한 지식 상태의 반증이다.

냉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좀 침착하려 노력해보자. 의식 운운 전에 스마트한 행동이 앞서야 하는 시점이다. 어떤 감염병도 하루 평균 접촉자 수를 7명 이하로 줄이면 감염병 확산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KAIST 교수진의 논문은 수십 명의 확진자가 증가하고 바이러스만큼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지배하는 이 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우리가 이 사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의 권고대로 '다중이 모이는 활동 자제요청'에 적극 협조하자. 그리고 단순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특히, 특정 종교를 배경으로 확산이 더 커진 상황에서 의심자와 확진자들이 절대 음지(陰地)로 숨도록 해서는 안된다. 이들에 대한 '음지 몰이'는 조속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사회와 조직을 근간으로 활동하는 우리 중 그 누구도 확진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확진자의 정확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하지만, 질타와 혐오,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개인의 신상과 비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나도 언제 '○번째 확진자'로 경찰서 벽면에 몽타주만 안 붙여졌지, 범죄를 저지르고 유유히 돌아다닌 대단한(?) '용의자'처럼 취급될지 모르는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하자.

지난한 이 사태에 한숨 나지만 끝으로 한마디. "정신 똑디 차리고, 마음 단디 하자!"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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