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세종시 원안 통과 데자뷔, '대전충남혁신도시법안'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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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6   |  발행일 2020-02-26 제26면   |  수정 2020-02-26
특정이익 담고 상임위 통과
주장도 원칙·형평에 안맞아
선거 논리에 견제장치 마비
여야 오가는 충청표심 의식
TK 정치력 무기력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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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 시선이 방역 전선에 쏠려 있을 때 국회에선 특정지역을 위한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대전과 충남에 혁신도시 건설을 가능케 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균특법안)이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업위)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특정지역에 수혜가 편중되는 법안은 심사과정에서 '견제장치'가 작동돼 조정이 이뤄진다. 경주를 위한 신라왕경특별법안의 경우 손혜원·우상호 의원 등이 반대해 연구재단, 특별회계 등 핵심 조항이 삭제돼 통과됐다. 포항을 위한 포항지진특별법안도 박범계 의원 등이 국가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금·손실보상금에 반대해 '지원금'으로 의결됐다.

균특법안도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비해 대전과 충남이 공공기관을 받을 수 있도록 혁신도시 건설을 가능케하는 법안이어서 특정지역 수혜 법안이다. 더욱이 이익 추구가 원칙과 형평에 안 맞는 주장을 근거로 하고 있어 적절한 견제와 수정이 필요했으나 현장에선 그렇지 못했다.

당초 노무현정부에서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 건설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각각 제3정부 청사와 세종시 때문이었다. 대전과 충남은 이제 와서 "세종시가 충남도에서 분리돼 주변 지역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면서 혁신도시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세종시 분리 문제는 충청권 내부 문제다.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영·호남으로선 상황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원칙을 깰 이유가 못된다.

'세종시 블랙홀'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도별 경제력의 척도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2018년 잠정치)를 보면, 충남은 5천400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울산 다음으로 2위다. '부자 도(道)'이다. '과욕'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대전은 2천713만원으로 수도권보다는 낮지만 부산(2천639만원), 대구(2천313만원)보다는 높다.

인구 변화에선 지난 10년간 충남에서 8만6천여명이 늘었다. '세종시 34만명 순증'을 빼더라도 그렇다. 블랙홀 주장은 충남에는 안 맞는다. 충북도 7만2천여명이 증가했다. 수도권이 충청권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에 경북에선 4천여명이 줄었다. 대전에선 9천여명이 감소했지만, 5만1천여명이 줄어든 대구에 비하면 약과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 혁신도시 건설은 형평에 안 맞고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심화할 수 있다.

이런 문제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논리가 개입됐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는 '충청 표심'을 의식해 법안 찬성 입장을 밝혔고, 특히 미래통합당의 경우 행여 TK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올까 입막음에 급급했다. 2010년 이명박정부가 제출한 '세종시 수정안'을 비주류 수장인 박근혜 의원이 부결시키고 충청권이 원하던 '원안'을 통과시켰던 당시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그 배경에는 충청의 '캐스팅 보트' 파워가 있다. 통합당 지도부로선 "TK 표심은 '그물 안 물고기'여서 지역 이익을 해치더라도 어차피 지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면에 상황에 따라 여야를 오가는 충청 표심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대권을 창출해온 TK 정치력도 때에 따라선 캐스팅 보트 앞에 무기력할 수 있다는 현실에 뒷맛이 씁쓸할 따름이다.

권혁식 서울본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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