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코로나' 적막 속에도 희망은 있다

  • 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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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6   |  발행일 2020-02-26 제15면   |  수정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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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구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9일 아이들의 학원에서 주말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원에 들어간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현재 대구는 불안감과 적막감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시민들은 확진자 발생 후 하루이틀 만에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고, 외식을 하지 않는 만큼 예전보다 많은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사재기는 없어,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 저녁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문을 닫은 상점들이 다수 눈에 띈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를 들여다보면 주인과 점원만 지키고 있을 뿐 손님은 찾아볼 수가 없다.

수시로 인터넷 뉴스를 통해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데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이 꿈인가 싶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 감염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고 확진자의 50% 이상이 대구에서 발생하다 보니 전 국민의 관심이 대구로 쏠려 있다. 대구가 어느새 코로나의 중심지가 된 듯 '우한 폐렴'처럼 '대구 코로나'라는 말까지 일각에서 나와, 대구시장이 나서 '그렇게 지칭하지 말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다. 인터넷 댓글에는 신천지가 곧 새누리를 의미하고, 대구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거쳐 지금은 미래통합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보수의 중심지라 여기는 이들의 지역 혐오, 비방 글이 종종 올라온다. '우한처럼 대구도 폐쇄될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면서 '대구를 지금 탈출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오죽하면 영화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고담 시티의 고담이 대구에 붙어 '고담 대구'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대구가 언제 이렇게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던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긍정적 이슈가 아니라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해버린 지금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잖아도 경기 침체로 힘든 대구가 코로나19로 더욱 고단한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대구시민들 힘내세요" "함께 이겨 나갑시다"라는 따뜻한 응원의 글을 보면 그나마 '잘 버텨보자'는 용기가 생긴다. 정부가 '대구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작은 안도감마저 든다. 이 상황에 국민의 진심 어린 위로와 응원의 댓글이 우리에겐 희망이 되는 것이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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