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경북 탓' '신천지 탓' 하더니 이제 국민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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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  발행일 2020-02-28 제23면   |  수정 2020-02-28

당·정·청회의를 통해 나온 '대구경북 지역 봉쇄'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인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여당의 '신천지 탓' '대구경북 탓'이 도를 넘는다 싶었는데 드디어는 '국민 탓 '까지 나왔다. 국민 건강에 대한 총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이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발원지인 중국을 제치고 자국민에게로 돌린 것이다. 중국은 한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면서 지금까지 우리 국민 100여 명이 중국에 격리되어 있는 상황이 아닌가.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이 지금까지 일곱 차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건의했는데 계속 묵살한 문재인정부의 극심한 중국 눈치보기가 어디까지 갈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TK봉쇄' 논란을 일으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결국 사퇴했지만, 위중한 시기에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의 '남 탓'은 위기극복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사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등 지역공무원들을 힐난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눈치나 보면서 무책임하게 남 탓하는 다른 편에서는 황당한 자화자찬도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확진자 수가 느는 것은 국가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의미"라고 했고, 남인순, 이수진 최고위원도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최고위원은 1월 말 사태가 일시 소강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정부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이쯤 되면 상황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겠다.

무엇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 누구도 초기대응 실패에 대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는 것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다. 근거 없이 정부 대처를 추어올리기 급급하고, 책임에 인색한 정부의 자세로 이 위중한 사태를 넘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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