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구 회장과 자원봉사 의료진의 희생, 미안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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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  발행일 2020-02-28 제23면   |  수정 2020-02-28

지난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일 주일 여 만에 대구경북 누적 확진자가 1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폭증한 환자로 인해 의료진은 위험을 무릅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음압 병상 등 의료시설은 물론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때 희망의 횃불이 올랐다.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은 지난 25일 5천700여 회원에게 코로나19 관련 의료인력 자원에 참여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호소문에서 "대구가 유사 이래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았다. 대구 의사들이 앞서서 질병과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라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선별진료소, 격리병동 등으로 달려가 줄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제가 먼저 앞장서겠다. 제일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겠다"라며 '퍼스트 펭귄'을 자처했다.

호소문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6일 하루만에 의료지원 동참을 밝힌 의사가 250여명에 이르고, 참여 관련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이 호소문에 뜨겁게 호응했다. 이날부터 일부는 바로 진료 현장에 투입됐다. 생업을 접고, 때로는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의료진의 사명감과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

확진자가 늘면서 의료진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들 또한 어찌 두렵지 않을까. 그런데도 격리병동에서 쪽잠을 자면서 무거운 전신방호복을 입고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방어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감 때문이리라. 이들의 노고 덕분에 대구경북에서도 2명의 완치자(27일 기준)가 나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선후배 형제로서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하는 시민을 위해 소명을 다하자"라는 이 회장 말처럼 많은 의료인이 마음 속 깊이 새겼던 그 '첫 약속'을 실천하고 있어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이들의 고군분투가 있어서다. 정말 고맙다.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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