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종교의 사회적 역할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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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9   |  발행일 2020-02-29 제23면   |  수정 202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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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종교가 탄생한 기원은 아무도 모르지만 패턴을 추구하는 우리 뇌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임은 틀림없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면 이렇게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규율은 우리 먼 조상들에게 안정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가 인류역사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친 주된 이유는 사회적 질서를 잡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의 역할에는 개인적인 믿음과 안녕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배려라는 더 큰 역할까지 포함한다. 종교가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는 순간 그저 수구적 위치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중세시대 교황청은 전쟁비용이나 건설비용을 대기 위해 면죄부를 비싼 값에 대중에게 남발하면서 오랫동안 비난받았지 않았나.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 국민이 공포와 패닉에 빠졌다. 그런데 이 확산에 한 종교집단이 직간접적으로 기여를 하면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들 특유의 비밀주의로 인해 추적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사후 대처까지 혼란스럽게 하니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다른 교단에서는 이단이라고 부른다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이단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최소한 종교라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과 배려의 정신이 없다면 이단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이 있다면 유행병이 돌 때 집단모임이나 집단행동을 자제했어야 했고, 굳이 해야 한다면 전염병 예방수칙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일이 커지자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과연 종교로서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의문이 들게 한다.

바이러스는 DNA 혹은 RNA 작은 조각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는 증식을 하지 못하고 박테리아이든 동물이든 세포 속으로 들어가 그 세포 안에 있는 시스템을 이용해 증식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같은 세포에서 만나면 서로 유전자를 교환해서 모자이크 딸 바이러스를 잘 만들어낸다. 변종이 생긴 것이다. 이런 위험은 우리가 가축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특히 돼지는 집단으로 기르기 쉽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가 섞인 박쥐나 조류의 배설물에 쉽게 노출이 되고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사람에게 전염시키기 쉽다. 아마도 이슬람에서는 돼지를 사육하는 동네에서 전염병이 잘 도는 것을 확인하고 돼지고기를 이런 이유로 금지시켰는지 모른다.

게다가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외딴 지역은 이제 더 이상 외딴 지역이 아니다. 지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처럼 아프리카 오지의 야생원숭이 섭취가 전 세계의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이 말의 뜻은 앞으로도 우리는 변종 바이러스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유행병이 번질 때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오른다면, 종교뿐만 아니라 집회나 일반적인 모임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마스크 착용이나 좌석 간격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여기에는 분명히 도달해야 할 사회적 합의가 있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어떤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에 절대 앞서지 않는다는 것이다.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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