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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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  발행일 2020-02-28 제37면   |  수정 2020-02-28
'팍스 로마나'의 번영과 멸망…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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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지음·21세기 북스·350면·2019·6,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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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대식 KAIST 교수는 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뇌과학자로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융합적 지식인으로 우리에게 좋은 글과 강의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세계가 번성하였던 로마 제국의 역사를 닮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 제국이 사라졌듯이 팍스 아메리카나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서양인에게 로마는 영원한 고향 같은 것이다. 로마는 선진한 그리스를 쳐부수지 않고 어깨에 올라탐으로써 무한한 유산을 상속받고 이로부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다. 그리스 문명을 가장 많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에트루스카의 주변에 라틴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이 많았던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리스는 시민의 범위를 지극히 제한한데 비하여, 로마는 개방적으로 이민족을 포용하였고 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였기에 세계화할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법 중의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창을 쓴 것이었다. 그러나 로마 군대는 1m도 안 되는 짧은 칼을 썼지만 뛰어난 전술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했다. 로마의 진정한 승리의 비결은 시스템, 무기, 전술 이 세 가지에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로마는 2~3세기에 이르러 전 유럽,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포괄하는 하나의 대로마제국을 완성했다. 로마 제국은 450여 년 동안 공화정 체제였지만, 기원전 509년 공화정으로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수백년 동안 왕정이었다. 로마 공화정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멸망의 전조를 비친다. 계층간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스파르타쿠스 반란과 같은 노예들의 반란도 있었다. 로마는 3세기에 이르러 무려 26명이나 되는 황제 대부분은 6개월 이상 재위하지 못했고 21일 만에 목숨을 잃은 황제도 있었다. 결국 로마 제국은 476년에 멸망한다. 동로마는 이후로도 1000년을 더 버티지만 당시 서유럽에서는 동로마를 로마라 부르지 않았고, 후세의 학자들이 '비잔틴'이라는 실체가 없는 명칭을 도입한다.

로마 멸망의 원인에 대해서 많은 역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후계자 임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고, 극심한 빈부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사회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것이다.

서로마가 멸망한 후 신성로마제국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철학자 볼테르는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된 후 기술자, 지식인, 부호들이 모두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문명이 이전되었다. 이를 통해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팍스 로마나는 여전히 유럽인들의 정신 속에 '영원한 제국'으로 존재한다. 유럽연합이 1957년 첫 협상의 장소로 로마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로마 제국의 번영과 멸망의 역사를 통해 오늘의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래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을 수도 있겠다.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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