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간절기 점퍼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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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8   |  발행일 2020-02-28 제37면   |  수정 2020-02-28
활동성 갑에 꽃샘추위도 막는 '꾸안꾸'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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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S/S(봄·여름)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레트로 스포티'한 스트리트 패션. (출처: https://blog.naver.com/enajazz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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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크루즈컬렉션에서 선보인 남성용 점퍼. (출처: Gucci 크루즈컬렉션 esq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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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스타일의 여성 점퍼. (출처: refinery29 /fashionista)

3월이 가까워지면 날씨보다 늘 마음이 더 성급하게 봄 마중에 안달이 나서 알록달록한 옷가게 쇼윈도를 서성이게 된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꽃과 나무와 우리의 영혼을 꽃샘바람과 봄비가 흔들어 깨우며 설레는 마음 곁으로 봄은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다.

2월에서 3월은 겨울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봄도 아닌 변덕스러운 간절기로 옷 입기가 애매한 달이다. 하지만 최근 패피들에게 간절기는 의외로 '시즌 리스(Seasonless)'와 '믹스 앤 매치(Mix & Match)' 패션을 넘나들 수 있는 매력적인 시기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봄 시즌, 스타일 챙기고 따뜻함은 덤
면·모직·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연출
항공·스타디움 점퍼 골라 입는 재미
각양각색 자수와 장식, 유니크한 멋
재킷 위 덧입는 레이어드 실험적 패션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에 두꺼운 코트를 입기는 화사한 봄 햇살에 투박해 보이고 얇게 입기는 쌀쌀한 꽃샘바람에 추위가 걱정되기에 올봄은 잦은 기온 변화에도 스타일은 살리면서 따뜻함은 잡아주며 기분을 업 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패션 '점퍼'를 추천하고 싶다. 올해 패션 유통가는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봄으로 패션 점퍼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가볍고 따뜻하며 활동적인 점퍼는 한여름을 빼고 사계절 두루두루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밋밋하고 똑 떨어지는 간지의 슈트나 재킷과 달리 확실한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줄 수 있다. 활동성 갑에 따뜻함은 덤, 확실한 간지까지 낼 수 있는 착한 간절기 대표 아우터이다.

이렇듯 점퍼는 에브리 시즌 늘 베이직 아이템으로 유행이기는 하지만, 특히 요즘은 애슬레저 룩의 인기와 함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룩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적합한 패션으로 더 각광 받고 있다. 애슬레저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원래 운동복으로 출시되었지만 일상복으로도 무난히 입을 수 있는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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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의 엣스타일 슈펜 화보. (출처: 양준일 인스타그램)

점퍼(Jumper)는 이슬람권에서 입는 소매가 달린 헐렁한 긴 코트인 'Jubba'가 프랑스어 'Juppe'로 전이되고, 이후 영어로 'Jumper'가 되었다는 것이 대체로 정설이다. 원래 서양에서 점퍼는 헐렁한 겉옷이나 니트 스웨터를 의미하지만,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는 넉넉한 겉옷 재킷으로 의미가 축소되었다. 초기 점퍼는 미군의 전투기 조종사용 점퍼로 1917년에 만들어져 여유 있는 핏과 활동성이 좋은 장점으로 제1차 세계대전 시 병사들의 보온을 위해 밀리터리 룩으로 활용되었으며, 1920년대 전후 패션 아이템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스포츠 리조트 웨어 외에 방풍, 방한, 방우의 목적으로 널리 착용하게 되었다. 현재는 본연의 목적으로도 입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가장 애호하는 데일리 웨어가 되었다.

통상 점퍼 디자인은 앞 중심이 트여있어 여밀 수 있도록 단추가 달려있거나, 지퍼로 잠그는 집업(Zip-up) 스타일이 주류이나, 일부는 머리를 뒤집어쓰는 관두의 형식(한 장의 천을 반으로 접은 후 머리가 들어가는 부분에 구멍을 뚫고 그곳으로 머리를 내어 입는 옷)의 풀 오버(Pull-over) 타입도 선보이고 있다. 점퍼의 디자인 특징을 이루는 지퍼의 경우, 골드 메탈 지퍼는 빈티지한 감성을 물씬 풍기고, 실버 메탈 지퍼는 모던하며 도시적이고, 색색의 볼드한 플라스틱 지퍼 티스(Zipper teeth)를 달면 경쾌하고 스포티하다. 점퍼의 허리밴드와 소매는 신축성 있는 니트 소재의 리브(Rib : 일명 시보리)를 달아 보온성을 높이고, 밑단 옆 사이드 심에 비조(옷에 품을 조절하기 위해 붙어있는 작은 벨트)를 달아 품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 활동하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다.

점퍼는 면, 모직, 플리스, 폴리에스터, 저지, 가죽, 무스탕, 모피 등 소재가 매우 다양하고, 디자인 종류로는 바람막이 점퍼, 항공점퍼, 데님 점퍼, 스타디움 점퍼, 트랙 점퍼 등 패션 점퍼들이 있어 계절과 취향에 따라 골라 입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요즘 입기 좋은 간절기 패션 점퍼는 대체로 스포티즘과 스트리트 무드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방풍효과와 스포티한 패션성을 갖춘 바람막이 점퍼(Windbreaker), 투톤의 컬러블록 포인트로 이루어진 발랄한 스타디움 점퍼(Stadium jumper), 사계절 유용한 캐주얼 감성의 데님 점퍼(Denim Jumper)와 좀 유니크하게 입고 싶다면 각양각색의 자수와 와펜(Wapen: 자수장식), 로고플레이 장식과 디테일로 에지를 준 항공점퍼(Bomber jacker)로 G 드레곤이나 넉살처럼 스웨그 넘치는 패션을 연출할 수도 있다. 특히 항공점퍼는 티셔츠 위에 편안하게 입어도 좋지만, 암홀과 보디가 넓어 티셔츠, 셔츠, 후디, 크롭톱 등을 레이어드해서 함께 입거나 재킷이나 코트 위에 점퍼를 덧입는 새로운 레이어드 스타일로 실험적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멋 내기에 제격이다. 점퍼 하의는 데님이나 진 팬츠를 입으면 무난하고, 조거 팬츠를 입으면 힙한 무드를 완성할 수 있다.

봄에는 벙벙해 보이는 오버핏의 바람막이 점퍼보다는 가벼운 중량감에 허리 라인이 살짝 들어간 것을 선택하면 세련되고 날씬한 핏을 연출할 수 있고, 여기에 선글라스, 컬러 비니, 귀여운 프띠 스카프, 와이드 워치 등을 매칭하면 실용성과 스타일의 일석이조 효과를 잡을 수 있다. 이런 아이템들과의 코디가 너무 투머치해 보일 것 같지만 한겨울 칙칙한 색깔과 투박한 스타일에 지친 패피들의 스타일링에 유용할 뿐 아니라 기분전환 아이템으로 굿이다.

간절기 점퍼를 입고 외출할 때, 변덕스러운 온도차로 레이어드 코디로 이너를 겹쳐 입었다 필요 시 벗어주거나, 이너를 반팔로 입어 필요시 시즌리스 스타일의 균형과 변화를 주면 봄이 더욱 신나고 즐거울 수 있다.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 Fashion Word Collection 4, 시대FDA. △'잠바'와 '점퍼' 사이(상) 매경 프리미엄 남보람의 전쟁과 패션. △ https://blog.naver.com/enajazz1/221578348526. △ http://blog.naver.com/sxxhx/220643595849. △ 양준일 인스타그램 엣스타일 슈펜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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