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병실 부족의 비극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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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9   |  발행일 2020-02-29 제23면   |  수정 2020-02-29

지난 1월23일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우한 시민들은 한 달이 넘은 지금도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코로나19 감염이 숙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한 시민들은 여전히 사흘에 한 번씩 가구당 한 명만 물건을 사러 외출할 수 있다. 우한 시내 공공장소는 폐쇄되고 방역·의료·생필품 수송 등의 임무를 제외한 모든 차량 운행도 금지됐다. 우한시에 남아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는 통행증을 발급받은 총영사관에서 일일이 돌아다니며 의약품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우한시도 대구의 경우처럼 의료인력과 병상 부족이 최대 현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양위안윈(楊元運·51)씨가 가족이 감염될 것을 우려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연을 보도했다. 양씨는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빈 병상이 나오지 않자 가족들이 전염될 것을 우려해 유서를 남겨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씨의 사연은 그의 딸이 트위터에 '아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려졌다.

우한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병상 문제에 있어선 대구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앓고 있다. 그저께(27일) 병상 부족으로 입원 대기 중이던 70대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이 환자는 고령에다 신장이식을 받는 등 지병이 있었지만 자택에서 격리된 상태로 있었다. 감염전문의들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특별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병세가 변할지 예측할 수 없고 주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어 경증 환자라도 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있는 대구시도 확진자는 쏟아지고 있지만 병실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태다. 대구시장이 다른 지자체에 병상을 구걸하듯 하고 있지만 민선 시장·도지사들이 외면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8일 적십자병원 입원실 등을 확보해서 대구환자를 받겠다고 하니 대구시민들로선 눈물겹도록 고맙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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