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현풍초등학교 서편 담장 아래에 위치한 황국신민서사비와 안내판. |
2000년 여름 촬영된 대구현풍초등학교 황국신민서사비와 안내판. 출처 다음 블로그 비슬산하 낙동강안 |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2000년 여름에 촬영된 한 장의 사진을 확보했다. 한 남학생이 현풍초등학교 교정에서 비석과 안내판을 배경으로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출처는 다음 블로그 '비슬산하 낙동강안'. 익명을 요구한 블로그 운영자는 현재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역사 교사 이모씨다.
그는 2000년 역사답사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제출받은 수행평가 보고서에서 이 사진을 찾아냈다고 했다. 사진 속 안내판에 어렴풋이 보이는 '황국신민서사' '1999.6'이라는 글자를 통해 사진 속 비가 '황국신민서사비'며 안내판은 1999년 6월에 설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현풍초등백년사'에 실려 있는 '1999년 6월 문화재 안내판을 설치했다'는 기록과도 일치한다. 그런데 그 뒤 어느 때인가 비는 맨 땅에 누워 흙을 뒤집어 쓴 채 방치되었고, 안내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비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11년 뒤 재발견이 세상의 주목을 받을 만큼. 도대체 그사이에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블로그 '비슬산하 낙동강안' 운영자 이모씨는 "1999년 6월 안내판 설치 후 한동안 교육자료로 활용되다 2000년대 초 교내 환경개선사업, 서편 담장 재조성사업 때 훼손 방치된 것 같다"며 "부끄러운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심후섭 전 교육장은 "2011년 발견 직후 두 번이나 비가 다른 곳으로 옮겨질 뻔 했으나 학교, 동창회, 지역민 협의결과 지금처럼 교내에 두고 교육자료로 활용하게 됐다"며 "지난날처럼 다시 훼손 방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는 현풍초등학교 서편 담장 아래에 보존되어 있으며, 학교장과 동창회장 명의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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