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코로나19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하자 혐오성 비난 댓글 '눈살'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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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2 20:10  |  수정 2020-03-03 08:31  |  발행일 2020-03-03 제8면

안동시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자 인터넷상에 이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확진자 이동 경로가 게재된 안동시의 공식 계정은 물론 SNS·페이스북·인터넷카페 등에는 확진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확진자를 혐오하는 내용은 물론 '지금 인권 따지고 관련법 따질 때 아니다' '다 나으면 감방에 보내라' 등 극단적인 표현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은 신상털기를 시도하거나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공무원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신천지 교인들을 왜 관리하지 않느냐' '동선 내는 꼬락서니하고는' '재난문자 정정은 안동뿐, 믿음이 안 간다' '남들보다 반도 못하면서 핑계되지 마라' '담당자가 신천지인가'라며 비아냥거렸다. '확진자 동네만 공개하지 말고 세부 주소도 공개하라' 등 확진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댓글도 잇따랐다. 


지자체가 확진자 이동 경로를 공개한 이유는 혹시 모를 감염자를 찾아 확산을 방지하고 증상이 악화하기 전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확진자를 비난하는 행위는 오히려 역학 조사에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네티즌 비난에 부담을 느낀 확진자가 역학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네티즌 비난이 자칫 지역사회 확산을 부추기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전 공무원이 일주일 이상 밤을 지새우며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선 확인 과정에서 협조적인 확진자가 있는 반면 비협조적인 확진자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다. 공무원을 칭찬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비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일부 지자체 홈페이지와 SNS 등엔 코로나19와 관련해 공직자들을 격려하거나 응원하는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학원생 A씨는 "확진자가 범죄자도 아니고 감염병에 걸리고 싶어 걸린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한 비난 댓글을 달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가장 앞장섰던 곳이 안동이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시민의식을 발휘해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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