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스위치] 이철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 이영란
  • |
  • 입력 2020-03-07 08:17  |  수정 2021-06-27 13:58  |  발행일 2020-03-07 제22면
"정부는 지금이라도 코로나 협의체 구성해 의협과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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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 "대구경북 의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의 의사들이 시·도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최일선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감염병 확산 저지와 관련, "정부는 지금이라도 바이러스 질환을 잘 알고,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을 대변하는 의협과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의-관 협의체' 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의협이 사태 발생 초기부터 수차례 '감염원 유입을 막는 것이 방역의 기본'이라며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정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웠으나 단호한 제안이었다. 이 의장은 "코로나19가 정치를 알겠는가"라는 말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의협의 진정성도 강조했다.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 의협의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바이러스는 정치를 모른다"
코로나19는 100년 만에 보는 아주 영악한 적군
사태 과소 예측한 정부, 대응책 곳곳서 미비점
초기 '中 입국금지·마스크 제안' 외면도 아쉬워
신뢰회복 급선무…정치보다 의학적 판단 우선을

"대구경북민 생명보호 최선"
상근부회장 중심 의협 지원단 파견해 활동 총괄
의사들 자원·성금 쇄도…의협 가용예산 총동원
과도한 공포 경계하고 醫·官대책 적극 협조 부탁

▶현재 의협이 대구경북에서 벌이는 활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의협 내에 '범의료계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병 대책본부'를 구성하여 최대집 회장이 직접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의학회장과 대의원회 부의장이 고문으로 자문역을 하고 있다. 이는 이전의 '코로나19 대책 TF'를 확대 개편한 기구이며 상설로 당직까지 서가며 운영하고 있다. 또 대구에 상근부회장을 단장으로 '의협 지원단'을 파견하여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지원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모집과 성금 모금을 하고 있다. 많은 지원과 성금이 답지해 대구경북으로 보내지고 있다. 의협 내의 가용예산을 총동원하여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보의와 전공의들을 위해서도 성금이 쇄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국민·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의협은 시·도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구경북의사회를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의-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왜 이런 제안이 나왔나.

"바이러스 감염병을 잘 알고 있고,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을 대변하는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사협회와 실제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이 위기를 조속히 정확하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위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어떤 정책이든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의협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부를 도와주어야 의학적 믿음이 뒷받침되어 대책 마련에 실효성이 배가된다. 일부에서 의협이 반정부적이 아니냐고 하는데, 이는 그동안 각종 의료정책에서의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시기가 아니다. 서로 협력해서 무조건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중차대한 위기상황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부탁드린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처에 대해 좀 객관적으로 평가해 달라. 의협은 사태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 단체인 의협을 패싱하고 시행한 여러 가지 대응책에 미비점이 많은 것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크게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중국에서의 입국 금지' 건의부터 그렇다. 의협에서는 의학적인 견지에서 위험지역이고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국가로부터의 유입원을 차단하는 것이 최우선 필요하다는 논거하에 요청한 것이다. 절대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정치를 모른다. 더구나 신종 바이러스는 그 위험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는 최대집 회장의 단독적인 개인 의견이 아니고, 상임이사진과 코로나대책 TF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견해, 회원들을 대표하고 있는 많은 대의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불행하게도 의협의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나. 군대에서도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면책을 받아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엄중 문책한다고 한다. 다만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의학적인 판단이 우선되길 기대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바이러스는 정치를 모른다."

▶초기에 코로나19의 위험이 축소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우한지역과 몇 군데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으로 과소 예측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환(新患)이 며칠 동안 발생하지 않고 정체상태를 보인 것이 태풍 전야의 고요함이란 걸 간과한 것이다. 막상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급증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로 국가적 재난상태에 빠지게 된 점이 안타깝고 걱정된다. 초기에 의협이 마스크 수급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안한 것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19의 특성 내지 속성에 대해 좀 더 소상히 설명해 달라.

"신종,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라 아직 100%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동안 발표된 논문과 여러 임상 근거를 종합해 보면, 공식 명칭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19'는 생존력이 강하고 과거 사스보다 전염력이 수십 배가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역사상 가장 영악한 신종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증식이 매우 왕성해서 전염성이 빠르고 쉽게 이루어진다. 특히 계속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치사율은 1%에서 5%까지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향후 다시 통계를 종합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뚜렷한 특효약이나 백신이 없다. 한마디로 처음 겪는 교묘한 바이러스다. 의학적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모든 위험성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또는 종식 등에 대한 전망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 위기상황을 최고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을 예측하고 내린 결정으로 생각한다. 아주 영악한 적군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20%, 심하면 40%의 국민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JP모건은 오는 20일쯤 확진자 1만명 안팎으로 정점을 찍을 것 같다고 예측한 바 있다. 빌게이츠 연구재단에서는 100년 만에 보는 영리한 바이러스라 확산 우려가 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신 의학지식의 발달로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 등을 알 수 있기에 치료제 개발이나 시간이 6개월 이상 걸리더라도 백신 개발이 이루어지면 최악의 사태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 신종 감염병 대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당연하다. 현재는 발등의 급한 불부터 끄는 게 필요하다. 다만 과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며 축적한 노하우가 많고 백서가 발간되어 개선책이 나와 있는데 도움을 제대로 못 받는 점이 아쉽다. 마스크와 고글, 보호복 등 비축물자도 충분치 않아 지금 힘들어하고 있다. 다시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전문가 단체와 협의하여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건부' 독립 또는 신설이 선행되어야 하고 의료계 인사가 수장을 맡는 등 정부조직개편이 필요하다. 당장 안 된다면 우선 보건복지부 내에 보건 담당 차관을 신설해서 의료계 인사로 하여금 이 위기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대구시민, 경북도민에게 당부할 말씀은.

"과도한 공포심과 막연한 불안감에 빠지면 안 된다. 각별히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의협과 정부의 대책에 적극 협조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대구경북 의사들을 중심으로 전국의 의사들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최일선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영란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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