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보과잉의 시대에 추구해야 할 공명선거

  • 이은경
  • |
  • 입력 2020-03-24   |  발행일 2020-03-24 제25면   |  수정 2020-03-24

2020030501000210700009381

민주주의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 시민사회로부터 17세기 영국의 의회민주주의를 거쳐 미국식 대통령제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새도 다양해졌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민주주의의 제도적 한계는 있었지만 인류는 더 나은 형태의 민주주의를 꿈꾸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닌 다듬어가야 할 제도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민주적 선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프랑스에서조차 여성의 선거권 획득은 1944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1인 1표제의 보편적 선거는 최근에서야 형성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과거의 선거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유권자들이 직면한 정보의 부재였다. 과거 서구 사회에서 여성들의 참정권을 제한한 표면적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가정에만 머무는 여성들은 정보가 없어 제대로 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사한 논리로 20세기 중반 공교육이 확대되고 매스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보편화가 이루어지면서 여성들의 참정권은 자연스러운 것이 됐다.

하지만 이제 정보의 부재보다 오히려 정보의 과잉을 걱정하는 시대로 변모했다. 무분별하게 과잉 생산되는 각종 정보와 가짜뉴스는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올해 총선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부정행위로 '가짜뉴스'의 확산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2016년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가짜뉴스의 위력은 입증된 바 있으며, 2017년 국내 대선 국면에서도 가짜뉴스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되었다. 어쩌면 가짜뉴스는 현재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가짜뉴스를 정의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의도적 사실 왜곡, 혐오와 배제, 진영논리에 의한 팩트 과장 및 축소 등을 포함하는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한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지겠지만 새로운 미디어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간단치 않거니와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로부터 확실히 구분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어떤 집단이건 검증되지 않은 정보,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혐오를 생산하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우선 팩트 체크를 하고자 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넘어 우리 모두는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민주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되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국민의 최종 선택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상대방의 치부를 공격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선거풍토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선거풍토가 자리 잡은 사회에서 가짜뉴스가 설 자리는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한층 더 성숙하게 될 것이다.

주재원(포항시남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한동대학교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