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자 대구경북! 이겨내자 코로나!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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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6   |  발행일 2020-03-06 제33면   |  수정 2020-03-06
각 洞 동장과 통·반장, 홀몸 어르신 찾아 마스크 전달
70세 이상·기저질환자 가정 안부묻고 건강상태 체크
공급 많지 않아 배급에 한계…주민들도 이해하고 격려
외출 최소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 일상 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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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옥 대구 동구 방촌동 2통장이 지난 2일 홀몸 어르신 조필연 할머니(92) 댁을 찾아 공공 마스크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대구 동구 방촌동 주민자치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가정에 위생키트를 배달하기 위해 차량에 싣고 있다(아래 작은 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시민 모두가 외출을 최소화하면서 가족 간 식사 및 대화 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직장 일이나 모임 등으로 밤늦은 시간 외에는 얼굴 보기 힘들었던 아빠, 학교와 학원 수업에 시달려 인상만 찌푸리며 집으로 들어와 자기 방으로 직행하던 아이들, 혼자서 집만 지키던 엄마, 한 집에 살면서 어쩌면 각자의 일에 바빴던 가족들이 '코로나19'로 한 자리에 모일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이 함께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두고 있는 박기영씨(42)의 집에서는 아빠가 일주일 동안 온라인게임을 해 주며 놀았지만, 온라인 게임에 별로 관심이 없던 아빠가 지겨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화투놀이(고스톱)를 가르쳐주고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투놀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봤던 엄마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매일 아침·점심·저녁식사에다 간식까지 챙겨주어야 하는 엄마에게도 그리 나쁘진 않다. 화투놀이 결과가 배달 음식이나 간식으로 이어질 경우가 많기 때문.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3주나 연기되면서 박씨 집을 비롯해 자녀가 학생인 가정에서는 비슷한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코로나19는 식당과 커피숍의 영업시간도 크게 바꿔 놓았다.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휴점에 들어갔던 대구 시내 상당수 식당과 커피숍 등이 이달부터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영업시간은 평소와 크게 달라졌다. 중구 동성로를 중심으로 문을 닫았던 식당과 커피숍들은 오전 10시~11시30분부터 문을 연 뒤 오후 1시30분~2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문을 닫은 뒤 이달 4일부터 손님을 받기 시작한 남구 대명동 핸즈커피 교대점은 오전 10부터 오후 2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다. 문혜선 핸즈커피 교대점 대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업손실을 각오하고 문을 닫았는데, 단골 손님들의 요청이 많아 영업시간을 줄여 다시 가게 문을 열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 했다.

코로나19는 '로또' 판매점의 풍경도 변하게 했다. 1·2등 당첨자가 많이 나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는 대구 동구 지묘동 CU팔공지묘점은 3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로또 판매를 중단한다. CU팔공지묘점 점주는 "대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보다 빨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로또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며 "로또판매가 편의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고객들의 안전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자발적으로 로또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주 돌보지 못했던 친척이나 지인, 이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역 내 친척이나 지인은 물론 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대구 거주 친척·지인에게 안부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각 동(洞)의 동장과 통·반장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동네 홀몸 어르신 집 방문이 늘어난 것. 특히 정부가 공공 마스크를 각 동 주민센터를 통해 보급하면서 통장들이 일일이 각 가정을 방문해 한 번 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대구 동구 방촌동 2통 통장 김명옥씨는 지난 2일 공공 마스크를 전달하기 위해 홀로 사는 조필연 할머니(92) 댁을 찾았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조 할머니는 김 통장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반겼다. "마스크 드리러 왔어요"라는 말을 세 번 만에 알아 들은 조 할머니는 "고맙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어 김 통장이 "건강은 어떠세요. 오래오래 사셔야죠"라고 하자, "빨리 죽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살아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 고생을 시킨다"고 했다.

김 통장은 "공공 마스크가 주민 수보다 적게 내려와서 70세 이상 및 기저질환자 가정에만 지급해 마스크를 받지 못한 가정에는 미안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에 노출될 우려가 높은 분들 위주로 지급하기로 한 김제천 방촌동장의 결정은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로부터 많은 불만 전화를 받았지만, 사정을 설명하니, 한두 분을 제외하곤 동네 주민들 모두가 수긍하고 일부 주민들은 '잘했다' '고생이 많다'라는 격려까지 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김제천 방촌동장은 "8천 가구인데 마스크는 1만장만 내려와 주민 1인당 한 장씩만 줄 수도 없고 해서 고민 끝에 코로나19 위험군 가정 위주로 배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동장은 "마스크 배급 문제에 따른 주민 항의 전화에 친절히 응대하고,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가정에 손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의료폐기물봉투, 살균소독제, 식료품 등이 담긴 위생키트를 직접 배달하고 있는 젊은 동 직원들이 불평 하나 없이 업무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고맙고 대견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W2면에 계속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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